2013년 5월 18일 토요일

[야설 ] 강간범의 변명 - 10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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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설 ] 강간범의 변명 - 10부
저녁을 조금 일찍 먹고 방에 들어와 쉬려는데 인터폰이 울렸다.

수화기를 들자 안에서 민정의 언니 순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철수씨.”

“예.”

“민정이가 좀 보자는데, 시간 있어요?”

“예. 지금 갈게요.”

나는 민정의 객실로 갔다.

벨을 누르자 기다렸다는 듯 문이 열리는데 민정의 얼굴이 보였다.

‘......!’

조금 전 격렬한 섹스를 하고 잠깐 한숨 잔 것이 좋았는지 그녀의 얼굴엔 화색이 돌고 있었다.

“누나. 컨디션 좋은 가 보다. 얼굴이 괜찮네.”

“그래? 어서 들어와.”

민정이 화사하게 웃으며 내 손을 잡아끌자 나는 그녀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며 순정을 눈으로 찾았다.

“언니는 안 보이네?”

“응. 내가 좀 내 보냈어. 자기하고 둘이만 있고 싶어서.”

“그래? 아이고 우리 애기. 몇 시간 떨어져 있었다고 그새 내가 보고 싶었어?”

내가 민정을 아기 취급하며 끌어안고 엉덩이를 토닥거렸다.

그러자 그녀가 주인 앞에서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처럼 내 품속에서 애교를 부린다.

“응. 나 머리가 어떻게 돼 버렸나봐. 자기가 없으니까 이 넓은 방안이 더 썰렁하고 가슴이 텅 빈 거 같아.”

“언니가 있잖아?”

“그러게. 지금까지 언니한테 의지를 많이 했는데. 사람 참 간사한 것이, 자기하고 그렇게 되고 나니까 생각나는 사람이 자기밖에 없어.”

“언니가 알면 서운하겠다.”

“그래서 내 보냈잖아? 언니 앞에서 이런 모습 보일 순 없지.”

“어휴. 이 여우.”

나는 친밀감을 보이기 위해 일부러 말을 조금 함부로 하며 민정의 입술에 소리 나게 키스를 했다.

쪽-

내가 다정하게 키스를 하자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던 그녀가 내 손을 이끌고 거실 한 쪽에 놓인 탁자 앞으로 갔다.

“여기 앉아봐.”

내가 의자에 앉자 민정은 탁자 위에 놓인 작은 가방을 열고 뭔가를 꺼냈다.

“이거 받아.”

“그게 뭔데?”

수표처럼 생긴 종이 한 장을 건네받고 보니 금액이 적혀 있는 게 진짜 수표였다.

“수표?”

내가 묻자 민정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응. 철수씨 주는 거야.”

내가 금액을 확인하지도 않고 수표를 탁자위에 놓은 다음 앞으로 쭉 내밀었다.

“나 돈 받으려고 누나하고 그런 거 아니야.”

내 인상이 조금 굳어지자 민정이 나를 달래려는 듯 부드러운 웃음을 짓고 내게 말했다.

“철수씨 마음 알아. 하지만 나도 자기한테 뭔가 해주고 싶은데, 해줄 게 이거밖에 없어서 그런 거니까 오해하지 말고 받아줘. 응?”

“나. 태어나자마자 바로 고아원에 버려진 고아야. 친척도 하나 없고 친구도 없어. 최근에 사귄 여자친구는 하나 있지만 그 여자하고도 앞으로 어찌 될지 모르고.”

민정이 내 얼굴을 보며 가만히 귀를 기울인다.

“그런데 누나를 보니까 꼭 내 친 누나 같더라고. 정말 남 같지 않고 정이 가는데 누나를 위해서라면 뭐든 해주고 싶었어. 그래서 아까 누나하고 섹스도 한 거고. 그런 우리 사이를 돈으로 구분 짓는다면 나 정말 서운해.”

민정이 말없이 다가와 내 무릎에 앉았다. 그러더니 두 손으로 내 목을 끌어안고 깊고도 진하게 키스를 했다.

한참 동안 내 입술을 빨던 그녀가 입을 떼고 내게 말했다.

“철수씨. 나도 부모는 다 돌아가시고 남은 친척이라곤 같이 온 언니하고 남동생이 하나 있을 뿐이야. 지금부터 철수씨 나를 친 누나라고 생각해. 나도 자기를 친 동생처럼 생각할게.”

“뭐야? 그럼 우린 앞으로 절대 섹스를 못하겠네. 근친상간이잖아?”

내가 농담을 하며 분위기를 바꾸려하자 민정이 금방 호응한다.

“하게 되면 해야지. 근친상간도 짜릿할 거 같아. 호호.”

한 동안 내 무릎위에서 애교를 떨던 민정이 내려와 다시 수표를 내게 건넸다.

“받아. 누나가 동생에게 주는 첫 선물이니까.”

“누나.”

“누나 말 안 들을래? 너 주려고 내가 작성한 거란 말이야. 거절하면 나 화낸다.”

민정의 확고한 태도로 보아 거절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고 나는 수표를 받아들었다.

그리고 액수를 확인하는데 아무래도 공이 많다는 느낌이 들었다.

‘백만 원이 아닌가?’

백만 원은 공이 여섯 개인데 수표는 공이 더 많았다.

“천만 원?”

내가 민정을 보며 묻자 그녀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천만 원 아니야.”

갑자기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느낌이 들어 그것을 진정시키며 나는 끝에서부터 차분하게 공을 세어나갔다.

‘일십백천만십만... 억.’

“뭐야? 1억?”

내가 놀라 민정을 쳐다보자 그녀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누나.”

내가 수표를 돌려주려하자 민정의 웃던 얼굴이 갑자기 근엄하게 바뀌더니 내 손을 잡아 다시 내 쪽으로 밀며 말한다.

“받아.”

“아무래도 이건 너무 많아요.”

“나한테 철수의 가치가 이것도 안 된다고 생각해? 세상적으로 보면 1억이 큰 돈이지만 나에겐 그다지 큰 돈도 아니고 더구나 철수에게라면 내 심정은 더 큰 걸 주고 싶어. 하지만 내가 마음속으로 정해 놓은 것이 있어 그 이상은 주지 못하는 거야. 그러니까 이 얘긴 여기서 끝내자. 알았지? 더 얘기하면 나 피곤해서 몸이 상할지 몰라.”

“아이고. 몸으로 협박하는 거야? 어쩔 수가 없네. 아무튼 그럼 이 돈 잘 쓸게.”

나는 할 수 없다는 듯 수표를 받아 갈무리했다.

분위기로 보아 더 이상 사양할 수 없었고, 견물생심이란 말처럼 1억이란 큰 돈을 보니 사양하고 싶은 마음도 사라졌다.

“우리 차 한 잔 할까?”

민정의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가 차를 준비했다.

차를 마시며 내가 민정에게 물었다.

“누난 아직도 일 해?”

“응. 강남에 사무실이 있는데 후배한테 인수시키는 중이야. 아직 후배가 서툴러서 내가 당분간은 봐줘야 하고 금전적인 관계도 있고 해서 앞으로 한 달 정도는 더 일을 할 거야.”

“그렇구나.”

“철수 넌 시청에 근무한다고 했지.”

“응.”

“시청에 나 아는 사람 제법 있는데.”

“그래? 근무하는 사람들이 많은 데다 나는 초짜라 누나가 아는 사람들 난 잘 모를 걸?”

“어디 부서에 근무하는데?”

“도시계획국.”

“국장이 이병국?”

“어? 누나가 국장님 알아?”

내가 놀라 말하자 민정이 고개를 끄덕인다.

“당연지사. 시청에서 가장 실세인 이병국 국장을 모르면 간첩이지.”

“우리 국장님이 그렇게 유명한 분이구나.”

“그래. 이 국장 그 사람 겉으로 드러나 있는 것보다 훨씬 파워가 센 사람이야. 그 이유를 따지자면 배경에 부모가 버티고 있어서인데 그의 아버지가 한국에서 50대 기업 안에 들 정도로 부자인 데다 이 국장 자체의 스펙도 엄청나지. 차기엔 서울시장 차차기엔 대권, 뭐 그렇게 시나리오를 잡고 있더라. 그쪽 집안에선.”

“국장님 집안까지 아나보네?”

“그럼. 원래 이 국장하고 친분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어머니하고 친분이 두터운 편이지. 그 어머니 내가 디자인 한 옷이 아니면 입질 않거든. 나와 친분이 좋을 수밖에.”

“아하.”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민정이 나를 보며 생긋, 웃는다.

“나는 여자 옷을 주로 디자인하기 때문에 그쪽 집안 여자들은 잘 알고 있는 편이야. 이 국장 부인도 내가 한 다섯 벌 정도 옷을 해 줬나? 그런데 그 여자 정말 미인이더라. 철수 너도 국장 사모 봤니?”

“나야 여러 번 봤죠. 내가 국장님 개인비서나 마찬가지거든.”

사실은 개인비서가 아니라 노예였지만 그렇게 말 할 수는 없었다.

“내가 한 번은 그 사모한테 모델 좀 해보라고 권유했었는데 그 말이 국장 어머니한테 들어가서 내가 그 분한테 불려가 꾸중 들었단 거 아니니.”

“왜?”

“아무 것도 모르는 순진한 애 꼬셔서 나쁜 물 들인다고 말이야.”

“모델 하는 게 나쁜 건가?”

“그러게.”

고개를 끄덕이다 민정이 피식, 웃는다.

“한데 그 분 말씀 듣고 보니까 수긍은 가더라.”

“......?”

“국장 사모란 여잔 국장하고 국장 부모가 어릴 때부터 점 찍어 놓은 여자였대. 어렸을 때부터 얼굴 예쁘고 행동 조신하고 그 부모는 교육자에다 아주 엄격한 집안이기까지. 하여튼 그 사모는 어릴 때부터 국장하고 결혼하기 전까지 허튼 짓 한 번 하지 않고 얌전하게 자랐대. 양쪽 부모 간에도 친분이 두터웠고, 또 사모 아버지는 국장과 그 부모가 자기 딸을 며느리로 삼고 싶어 한다는 뜻을 비치는 그 순간부터 딸 교육을 엄하게 시켜 남자라곤 모르고 자라도록 키웠다더라고. 그렇게 사모가 여자대학을 졸업함과 동시에 국장이 사모를 병아리 낚아채듯 채 간 거지.”

“하하. 그렇게 된 거구나.”

나는 사모의 그림처럼 예쁜 얼굴을 떠올렸다.

‘그래도 나한테는 가슴이 파인 옷을 입고 약간의 유혹하는 기미를 보였었는데.’

최근에 국장집에서 샤워하며 내 자지를 보인 일과 가슴이 파인 옷으로 갈아입고 내 앞에 나타났던 사모의 얼굴이 겹치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떠올랐다.

“하여간 그래서인지 지금도 그 어머니 다른 것은 며느리에게 다 해 줘도 남들 앞에서 얼굴 팔리는 일이나 남자들 만나고 다니는 일 같은 것은 질색을 하며 싫어하시지. 물론 남편도 싫어하고 그래서 그 사모도 바깥출입을 거의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

“나도 국장님 심부름 하느라 집에 몇 번 간 적이 있는데 정말 미인이더라고. 여태껏 영화 같은 데 말고 실물로 본 여자들 중에서 사모님보다 예쁜 여잔 못 본 거 같아.”

“그래. 철수 네가 잘 봤다. 여잘 보면 말이다. 남자가 좋아하는 타입하고 여자가 예쁘다는 타입이 조금 다를 수 있는데 그 사모란 여자는 남자 뿐 아니라 같은 여자인 내가 봐도 얼굴이 조각처럼 예쁘더라고. 그뿐이 아니야. 옷을 맞추느라 사이즈를 재는데 어쩜 몸매가 이상적인지 국장은 복도 많지. 모든 것을 다 갖추었으면서 마누라까지 그렇게 완벽한 여잘 얻었으니...”

“누나도 자기 분야에선 최고잖아? 내가 볼 땐 누나도 아주 매력적이야.”

“아유. 요 귀여운 것. 예뻐 죽겠네.”

민정이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것 같은 표정으로 나를 향해 눈웃음을 치는데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에서 나에 대한 애정이 샘 솟듯 솟아나는 것 같아 내 마음도 훈훈해졌다.



밖에 나갔던 순정이 돌아오자 나는 민정의 방에서 나와 내 방으로 갔다.

방안에 들어온 나는 먼저 수표를 꺼내 다시 한 번 액수를 확인했다.

‘1억이라...’

생전 생각해 보지도 않았던 액수가 손에 들어오니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러면서 암에 걸리기 전과 걸린 후의 인생이 대비되는데 참으로 인생 자체가 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암에 걸리기 전의 나는 그야말로 찌질 인생의 전형이었다. 여자생각은 간절했으면서도 막상 대시 한 번 강하게 못하고 살았고 행여 여태까지 성실하게 살아온 인생이 잘 못 될까봐 전전긍긍하며 산 것 같다.

그러나 암에 걸린 이후의 인생은 어떤가?

그 동안 하지 못했던 거 실컷 하다 죽자는 마음으로 인생 살다보니 손에 굴러들어오는 여자만 부지기수요, 이렇게 뜻하지 않은 거액까지 움켜쥐게 된 거 아닌가.

만약 암에 걸리지 않았다면 일본에 올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을 것이고 민정하고 인연을 맺더라도 그처럼 민정을 불쌍하게 생각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내가 암에 걸려 시한부 인생이 되고 보니 나와 같은 처지에 놓인 민정에게 강한 연민을 느꼈고 그런 내 마음이 그녀와 섹스를 하면서 그대로 표출이 되자 민정은 내게 육체적인 만족 뿐 아니라 마음으로도 큰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민정의 수중에서 나온 1억은 그냥 나온 것이 아닌 것이다.

여기서 하나 얻은 교훈이 있다면 그것이다. 생명을 버릴 생각을 하고 인생을 사니 의외로 삶의 질이 풍요로워 진다는 것이다. 평소에 그토록 원했지만 얻을 수 없던 것들도 아주 쉽게 얻어지고 말이다.

민정에 대해 잠시 더 생각하다 시계를 보았다.

저녁 9시다.

나는 수표를 가방 깊은 곳에 잘 감춰두고 칼을 파카속 안주머니에 넣었다.

‘자. 나가볼까?’

거액이 손에 들어와서인지 뭐든 다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호텔을 나서자 바람이 불어오는데 어제보다는 기온이 조금 내려간 듯 싶다.

나는 낮에 들렀던 온천장 쪽으로 서서히 걸어갔다.

지금은 낮과 달리 온천욕을 하는 사람이 없어 거리는 한산했고 또 어두웠다.

거리에 사람이 없어 일단 사람이 보이는 곳을 향해 걸었다.

온천지역을 조금 벗어나니 술집 같은 곳이 밀집해 있었고 군데군데 한국으로 말하면 삐끼 같은 놈들이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놀다 가세요.”

간혹 한국말로 이렇게 지껄이는 놈도 있었다.

나는 술집들을 벗어나 다시 호텔 쪽으로 걸었다.

어제와 달리 아주 신중해진 나는 무리한 시도는 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오늘 섹스를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아까 낮에 민정과 섹스를 하면서 발기만 하고 사정을 하지 않았더니 배출하고 싶은 욕구가 평소보다 더 강해졌다.

‘안 되면 돈 주고 여잘 사지 뭐.’

손님을 호객하는 놈들 중에는 여자장사 하는 데서 나온 놈도 있는 것 같던데 그런 데 가서 일본 여자 경험하는 맛도 괜찮을 것 같다. 돈이라면 이제 차고 넘칠 만큼 있으니까.

호텔까지 왔다가 다시 걸음을 밖으로 향했다.

‘이거. 강간한다는 게 생각보다 쉬운 게 아니구나.’

마땅한 여자도 보이지 않았고 여잘 납치한다고 해도 데려갈 장소가 마땅치 않았다.

‘에이. 시가지가 아니고 온천지역이라 힘들구나. 오늘은 안 되는 건가?’

강간을 단념하고 여자를 돈으로 사는 쪽으로 마음을 돌렸다.

하지만 그것도 막상 실행하려고 하니 쉽지가 않았다.

삐끼를 따라 무작정 가는 것도 뭐하고 말도 안 통하는데 혹시 잘 못 갔다가 여자하고 섹스는 하지 못하고 바가지만 쓰고 나올 까 두려웠다.

“일단 술이나 한 잔 마시자.”

술기운을 빌리기로 작정하고 나는 근처 술집에서 들어 갈만한 곳을 찾았다.

오늘은 1억이란 돈을 벌었으니까 그에 걸맞은 곳으로 가서 술을 마시고 싶어 최고급으로 보이는 술집을 찾았다.

화려한 불빛이 반짝이는 네온사인을 보다 그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을 골라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아늑하면서도 화려한 내부 조명이 나를 반기는 가운데 종업원의 안내를 받아 통로를 걷다 나는 낯익은 여자를 발견하고 시선을 그쪽으로 가져갔다.

‘......!’

바로 민지수란 여자였다.

그녀는 남편과 같이 마주보며 앉아 있었는데 남편은 나와 등을 지고 있는 상태라 서로 얼굴을 볼 수 없었고 그녀는 남편에게서 시선을 돌리다 우연인 듯 나와 시선이 마주쳤다.

하지만 그녀는 나와 아는 척을 하지 않고 아주 자연스럽게 시선을 다시 남편 쪽으로 가져갔다.

그녀가 아는 척을 하지 않자 나도 그녀를 외면하고 종업원의 안내를 받아 바로 옆자리에 착석했다.

종업원이 메뉴를 내밀자 나는 양주 한 병과 간단한 안주를 시키고 등을 좌석에 깊이 묻은 채 귀를 뒤쪽으로 쫑긋 세웠다.

그러자 기다리던 소리가 들려왔다.

“지수야. 이제 그만 용서하면 안 되겠니? 정말 충분히 반성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번 한 번만 용서해주라.”

남편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는데 거의 애원하고 있는 걸로 보아 뭔가 큰 잘못을 저지른 것 같았다.

‘어쩐지. 저 여자. 비행기 탈 때부터 지금까지 남편 말을 콧등으로 듣고 상대도 안 하더라니.’

남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여자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을 내뱉었다.

“용서? 결혼생활에도 용서할 게 있고 할 수 없는 게 있어. 오빤 내가 오빠하고 똑같이 남자하고 바람피우면 날 용서할 수 있겠어?”

“그건......”

남자가 말을 더 이상 잇지 못하는데 난 민지수의 그 말 한 마디로 모든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남자가 여자 몰래 바람을 피우다 들킨 것이다.



그 뒤로도 남자는 민지수에게 계속 용서를 빌었고 그녀는 시종일관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내가 양주를 거의 절반 정도 마실 때까지 남자는 여자에게 무릎이라도 꿇을 것처럼 사정을 했는데 여자가 끝내 반응을 보이지 않자 마침내 그도 한계에 이른 듯 목소리를 높이며 처음으로 그녀에게 반기를 들었다.

“정말 용서할 마음 없어?”

남자가 목소리를 높이는데 등을 좌석에 깊이 파묻고 있어서 보이진 않지만 민지수의 싸늘한 얼굴표정이 눈앞에 보이는 듯 했다.

“날 용서할 마음이 없다면 여기 일본은 대체 왜 온 거야? 조금이라도 날 용서할 마음이 있으니까 온 거 아니냐고.”

“오빨 용서해주기 위해 일본에 온 거 아니야.”

지수가 무심한 투로 남 얘기 하듯 말하자 남자는 점점 더 목소리를 높여갔다.

“그래. 기왕 말을 꺼냈으니까 사실대로 얘기할게. 나 처음에 지수 너 좋아서 죽자고 2년 동안 따라다녔고 별로 안 내켜하는 너하고 결혼까지 하려고 그야말로 온갖 노력 다 했다.”

“그런 사람이 결혼한 지 1년도 안 돼서 바람을 펴?”

“그런데 말이다. 살다보니까 너 너무 완벽주의로 사람 힘들게 하는데 숨 막힐 때가 많았어.”

“......!”

“연애할 때는 잘 몰랐지. 아니, 알았겠지만 그땐 그런 게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오히려 완벽을 추구하는 네 모습이 멋있고 장점으로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결혼해 보니까 그게 아니었다?”

지수가 처음과 똑같은 톤으로 얘기하는데 뒤에서 듣는 나도 약간 질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 사람은 다 저마다 기질도 다르고 재능도 달라. 그런데 지수 너는 네가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니까 상대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아니,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몰아세운단 말이야. 몰아세우더라도 사람이 숨은 쉴 틈을 주고 몰아세워야 하는데 넌 아예 상대가 밑바닥까지 가는 느낌이 들 게 몰아세운다구.”

“그래서 바람을 폈어? 그 여자는 아마 나와 반대였겠지. 오빠가 뭐라 하면 고분고분 순종하고 모든 것을 다 받아주었을 거야.”

“그래.”

“그런 순종적이고 착한 여자가 오빠에게 돈을 요구해? 아니, 오빠에게 돈을 받는 것이 여의치 않자 그 여잔 나에게까지 그 사실을 폭로했지.”

그러자 남자가 풀 죽은 음성으로 말했다.

“내가 눈이 삔 거지. 사실 그 여자가 내게 너무 잘 대해주고 내가 하라면 죽는 시늉까지 다 했지만 난 마음속에 항상 지수 너 뿐이었어. 그러니까 그 여자가 지수 널 버리고 자기한테 오라는 걸 끝까지 거부한 거지. 그러자 그 여자도 본색을 드러내 나에게 돈을 요구하고 그것도 마음대로 안 되자 너한테까지 앙갚음을 한 거야. 다 내 잘못이지.”

“아무튼 난 오빨 용서할 마음이 없어. 아니, 사실을 말하면 오빠 말대로 용서란 걸 해 보려고 일본에 온 것도 맞아. 하지만 머리로는 한 번 용서를 해 줄까 생각하면서도 이 마음이 도저히 받아들여지지 않는데 나도 미치겠다.”

처음으로 지수가 감정이 담긴 말을 하자 남자가 침울하게 대답한다.

“그래.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았으니까 잘 생각해봐. 그리고 될 수 있으면 날 용서하는 쪽으로 생각하면 고맙겠다. 이번 한 번만 용서해주면 나 정말 잘 할게. 하지만 지수가 용서하지 않는다 해도 그 의견 존중할 거야. 이번 일본여행이 끝나고 지수가 날 용서할 마음이 들지 않고 이혼을 하고 싶다면 한국에 돌아가는 대로 이혼해줄게.”

남자의 말에 지수가 더 이상 대답하지 않자 그가 물었다.

“술도 다 마셨는데 안 들어갈래?”

“오빠 먼저 들어가. 난 조금 더 생각하다 들어갈 거야.”

“알았어.”

남자가 일어나 먼저 나가는 기척이 느껴졌지만 나는 그쪽을 보지 않고 술잔을 기울였다.



남자가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내 옆에서 사람의 기척이 느껴지자 나는 고개를 들었다.

‘......!’

언제인지 모르지만 민지수가 내 곁에 서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 안녕하세요?”

내가 먼저 인사를 하자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보일 듯 말듯 미소를 짓는다.

“술 한 잔 하실래요?”

내가 그녀의 뜻을 물었다. 이미 두 사람의 대화를 다 들었고 지수 또한 내가 그들의 대화를 엿들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내 곁에 서 있을 때부터 그런 마음을 먹었는지 그녀는 사양하는 기색없이 내 맞은 편 자리에 앉았다.

내가 양주를 따라 그녀 앞으로 내밀었다.

양주를 받아든 그녀는 마실 생각은 하지 않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나는 그녀의 생각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그녀의 얼굴만 바라보았다.

‘참. 피부가 깨끗하네.’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인데 지수의 얼굴은 투명할 정도로 맑은 피부가 돋보였다. 마치 손을 대면 주르륵, 하고 미끄러질 것 같은.

이 민지수란 여자는 어린아이 같이 해맑은 피부를 갖고 있었다.

“나이가 몇이세요?”

술을 마실 듯 잔을 입가에 가져가다 멈칫, 하며 지수가 나에게 물었다.

“스물여섯입니다.”

“나하고 같네요. 결혼은 안 하셨죠?”

“예.”

“사귀는 사람은 있나요?”

마치 범인 취조하듯 물어보는 그녀의 어투에서 나는 그녀의 직업이 경찰이나 교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뭐라 한 마디 해줄 수도 있었지만 그녀의 말에 그냥 따라주기로 했다.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연애라 서툴긴 하지만 사귀는 사람 있습니다.”

“예. 만난 지 얼마 안 돼서 이런 질문 실례겠지만 철수씨, 참, 이름이 강철수 맞죠?”

“예. 그 쪽은 민지수씨구요.”

“어머. 내 이름도 기억해요?”

“예. 처음 버스에서 자기소개할 때 유일하게 기억해둔 이름입니다.”

그러자 지수가 내 얼굴을 한 번 유심히 본 뒤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철수씬 지금 사귀고 있는 여자가 있는데 다른 여자하고 바람을 필 수 있나요?”

나는 참 여자가 직선적이고 도전적인 질문을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아주 똑똑하거나 당돌한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쎄요. 바람을 핀다는 말 자체가 조금 어폐가 있는 거 아닌 가요? 결혼을 한 사이라면 다른 여자와 사귀게 되면 바람을 피운다고 말할 수 있지만, 만약 아직 결혼을 전제로 하는 것은 아니고 단순히 서로가 부담없이 만나서 즐거운 관계라면 다른 여자와 사귀는 게 바람이라는 생각은 안 드는데요.”

“그럴 순 있겠네요. 지금이 조선시대도 아니고.”

“예. 하지만 결혼을 약속했고 또 결혼까지 한 상태라면 바람을 피워선 안 되겠죠.”

“철수씬 그럼 사귀는 그 분하고 결혼을 약속한 사이인 가요?”

“아직 모르겠습니다. 사귀는 여자의 마음도 아직 알지 못한 상태고.”

“후우. 조금 전 저희들 얘기 다 들으셨죠?”

“예. 내 본의는 아니었는데 그렇게 됐습니다.”

“철수씨. 철수씨가 나라면 지금 상황에서 어떻게 할 것 같아요?”

지수가 묻자 나는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잘 모르겠습니다.”

“너무 어려운 질문인 가요?”

“예.”

“그냥 단순하게. 만약 철수씨가 결혼을 했고 아내가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웠어요. 용서할 수 있겠어요. 아니면 한 때 바람이었고 지금은 잘못했다고 용서를 구하니까 한 번 봐주고 다시 결혼생활을 지속해 나갈까요?”

“난......”

나는 망설이며 인혜를 떠올렸다. 인혜가 결혼 한 후에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웠다. 과연 용서할 수 있을까?

“용서하기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그렇다고 무 자르듯 이혼을 하는 것도 능사는 아니고. 어려운 문제네요.”

지수가 자조하 듯 말한다.

“사실 우리 남편하고 나 이런 일이 벌어진 걸 아무도 몰라요. 친정도 시댁도 전혀 모르죠. 그저 최상의 커플이 만나서 잘 살고 있는 줄만 아는데 이런 일이 벌어졌어요.”

그러다 지수가 나를 똑바로 보며 물었다.

“그런데 우연이지만 내 상황을 모두 들은 유일한 사람이 바로 철수씨예요. 또 그래서 묻고 싶어요. 과연 이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하면 좋겠어요?”

내 얼굴을 똑바로 보고 있는 지수의 눈빛에서 문득 나는 그녀가 바로 이 말을 하기 위해 그 많은 말들을 한 것이 아닌 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되물었다.

“지수씨는 남편하고 정말 끝내고 싶어요?”

그녀가 고개를 흔든다.

“아니. 사실 남편하고 인연을 끝내기엔 너무 얽혀 있는 것들이 많아요. 사회적인 이목도 두렵고.”

“그런데 남편이 용서는 안 된다?”

지수가 조용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 순간 내가 조금 전부터 마음에 품고 있던 말을 입밖으로 냈다.

“그럼 지수씨도 남편이 했던 것과 똑 같은 일을 저지르면 되잖아요?”

“예?”

지수가 반문하지만 그 눈에는 그다지 놀란 빛이 보이지 않는다.

이미 내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줄, 아니 그런 말이 나오도록 유도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지수씨도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우라구요. 남편이 그렇게 했던 것처럼.”

“그러면 결국 나도 남편하고 똑 같은 사람이 되는 걸요?”

“그런 것은 아니죠. 만약 남편이 먼저 바람을 피우지 않았다면 지수씬 절대로 바람을 피우진 않을 겁니다. 안 그렇습니까?”

지수가 고개를 끄덕인다.

“지수씨가 현재 남자와 관계를 가진다해도 그것은 엄밀한 의미에서 바람피우는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있죠. 내 말이 궤변인가요?”

지수가 고개를 숙이며 혼잣말하듯 묻는다.

“궤변이라고 할 순 없죠. 그럼 누구하고 그런 걸 하죠?”

내가 웃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지수씨. 말할 때 보니까 굉장히 솔직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가 않군요.”

그녀가 고개를 들어 나를 보자 내가 말했다.

“지수씨도 아마 나를 염두에 둔 것 같은데. 안 그렇습니까?”

지수가 대답을 하지 않고 내 얼굴을 본다.

나도 눈길을 피하지 않고 당당하게 말했다. 어차피 밑져야 본전인 것이다.

“비행기에 탈 때 지수씨가 바로 내 옆 좌석에 앉았죠. 그때부터 느꼈습니다. 남편분보다 나한테 관심을 보였다는 거. 그리고 그 후로도 여행하면서 나하고 굉장히 자주 눈이 마주쳤는데 난 그 사실을 잘 이해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조금 이해가 되는데. 어때요? 내 말이 틀렸나요? 지수씨도 이미 내가 말한 걸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 거 아닙니까? 여기 이 시간이나 공간 등은 우리에게 다시 돌아오지 않는데 조금 솔직해 지자구요.”

지수가 한 동안 내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다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좋아요. 철수씨 말 완전히 부정하진 않겠어요. 하지만 지금 내 마음엔 일탈을 하겠다는 생각보단 그런 상황에 따른 두려움이 더 커요. 어떻게 어제 처음 본 남자와 그런......”

내가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해합니다. 하지만 오늘 나하고 인연을 맺는다면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나도 사귀는 사람이 있는데 한 번 그런 걸로 귀찮게 하지도 않을 거구요. 내 몸도 깨끗합니다. 사실을 말하자면 일주일 전만해도 나 여자와 경험이 전혀 없는 동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일주일 전에 사귀던 여자와 처음으로 육체관계를 가졌구요. 그 여자도 나처럼 남자경험이 없는 처녀였습니다. 혹시 내게 무슨 병이라도 있을 거라 생각하신다면 마음 놓으셔도 됩니다. 그 방면이라면 내가 지수씨보다 경험이 미천하니까요. 나는 오로지 순수한 뜻에서 하는 말이니 결정은 온전히 지수씨가 내리시면 됩니다.”

순수는 무슨 얼어죽을 순수란 말인가. 난 그저 분출 못한 정액을 마음껏 뿜어내고 싶은 욕망에서 달콤한 말로 꼬시고 있는 것인데.

하지만 지수는 진지한 내 표정에 갈등하고 있다.

나는 더 이상 기다리기 지루하여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수씨. 나 먼저 일어납니다. 계산하고 밖에서 기다릴 텐데요. 정확하게 10분 기다리겠습니다. 그 동안 지수씨가 나와 보낼 마음이 있다면 나오고, 마음이 없다면 그냥 여기서 술이나 한 잔 들고 계시다 10분 넘어서 나오시면 됩니다. 나는 그 이후에 사라지고 없을 테니까요.”

지수가 고개를 끄덕이자 나는 미련없이 카운터에서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왔다.

기다리는 동안 초조하거나 지루한 마음은 없었다. 10분 이내에 그녀가 나온다면 나는 지적이고 아름다운 여자와 섹스를 하는 것이고 아니라면 일본여자를 돈 주고 사서 하면 되는 것이니까.

하지만 나의 기다림은 길지 않았다. 5분이 채 못 되어서 지수가 밖으로 나왔던 것이다.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던 나는 부드럽게 웃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호텔로 가죠?”

나와 달리 지수는 굳은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본다. 혹시라도 아는 사람이 있을까 염려가 되는 모양이었다.

“내가 먼저 출발할 까요? 지수씨는 내 뒤를 따라오는 것이 낫겠네요.”

내가 배려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그제야 지수의 얼굴에 미소가 어린다.

“내 객실번호는 503호입니다. 내가 조금 먼저 가서 기다릴 테니까 지수씨는 천천히 오세요.”

“예. 고마워요.”

나는 그녀를 향해 고개를 한 번 가볍게 숙여 보인 뒤 호텔을 향해 빠른 걸음으로 갔다.



똑똑-

객실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문을 작게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벨을 누르지 않고 지수가 손으로 노크를 하자 기다리고 있던 나는 얼른 문을 열고 그녀를 안으로 끌어들였다.

먼저 외투를 옷걸이에 걸고 나는 더블 침대에 지수를 앉게 했다.

‘......!’


발갛게 상기되어 있는 얼굴이 하얀 피부와 어울려 가슴이 울렁거릴 정도로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내가 뚫어지게 보자 지수는 고개를 숙이며 중얼거렸다.

“내가 이런 일을 하게 될 줄은 정말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그녀는 굉장히 보수적인 사고를 지닌 여자 같았다.

내가 담담하게 말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요. 하고 나서 많이 후회가 될 것 같으면 남편에게 가세요.”

내가 잡았으면 더욱 망설였을지 모르나 내가 오히려 튕기자 지수는 고개를 흔들며 나에게 말했다.

“아니에요. 한 번 결심한 거 끝까지 해낼 거예요.”

이를 악물며 무슨 시험이라도 치르는 사람처럼 지수가 결단하는 모습을 보고 속으로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웃을 수는 없는 일, 나는 그녀에게 부드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나도 지수씨 못지 않게 긴장이 돼요. 남녀 관계라야 사귀는 여자하고 처음 해 본 거고. 그나마 여잘 사귀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라.”

그러자 지수가 나를 보며 말했다.

“잘 믿어지지 않아요. 철수씨처럼 근사하게 생긴 사람이 이제껏 연애를 하지 않았다니.”

“내가 근사해요?”

내가 웃으며 묻자 지수가 고개를 끄덕인다.

“예. 사실 난 남편이 결혼 전, 날 쫓아다닐 때 거들떠보지도 않았어요. 이상하게 어릴 때부터 남자는 키가 크고 체격이 좋은 사람이 끌리고 매력이 있었는데 남편은 키가 나보다 조금 클 정도였고 체격도 너무 호리호리해서 남자로 인식이 안 되더라구요.”

“그런데 왜 결혼했어요?”

“남편이 2년 동안 끈질기게 구애를 했어요. 짧은 세월이 아닌데 그 동안 그 사람이 나에게 보여준 정성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대단했고 그것에 감동 받아 결혼을 하게 된 것이에요. 물론 그 사람 집안도 굉장했지만 내가 가장 크게 본 것은 나를 그토록 사랑한 사람하고 결혼하면 평생 나 하나만 보고 살 줄 알았죠. 그런데 1년도 안 돼서 그런 일이 벌어졌으니. 내 실망감이란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었어요.”

“그랬군요. 자. 이제 여기 내 방에서는 그런 옛날 일 다 잊고 우리 둘만 생각합시다.”

내가 이제 시작이라는 듯 손으로 지수의 어깰 잡고 말하자 그녀가 몸을 한 번 부르르 떨었다.

“철수씨. 우리 큰 죄를 짓는 거 아니겠죠?”

지수가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괜찮아요. 오늘 여기서 우리가 한 일은 아무도 모를 거고 우린 한국에 가면 다신 만날 일도 없을 거예요. 걱정 그만 하고 우리 빨리 끝내도록 합시다. 계속 미루기만 하다 날 새면 어쩌려고.”

“그래요. 빨리 하고 끝내요.”

지수가 마치 하기 싫은 숙제를 하려는 듯 말하자 나는 속으로 웃음이 나왔지만 참고 그녀의 옆에 앉아 어깰 잡은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입술을 가져갔다.

내가 키스를 하려하자 그녀가 얼굴을 틀고 말했다.

“저. 양치 안 했는데. 여기 칫솔 있죠?”

나는 순간, 짜증이 치밀었지만 다 된 밥에 코 빠뜨릴 수 없어서 시종 웃음을 잃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욕실에 가면 있어요. 나도 양치 해야겠네.”

지수를 데리고 욕실에 들어간 나는 그녀에게 칫솔을 주고 나도 양치를 했다.

양치를 하면서 내가 탕에 따뜻한 물을 채우자 지수가 불안한 눈빛으로 내 행동을 보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양치를 끝내고 탕에 물이 반쯤 차자 나는 밸브를 닫았다.

“지수씨. 우리 양치 한 김에 여기서 간단하게 씻고 나갑시다.”

“같이요?”

지수가 눈을 크게 뜨고 말하자 내가 물었다.

“남자랑 한 번도 같이 목욕 안 해 봤어요?”

그녀가 당연하다는 듯 지체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예. 한 번도 안 해 봤죠.”

“그러면 오늘 나하고 해 봅시다.”

말과 함께 내가 먼저 옷을 벗었다.

“철수씨.”

지수가 만류하는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지만 나는 무시하고 몇 걸치고 있지 않던 옷을 모두 벗고 알몸이 되었다.

내 몸을 일부러 외면하며 고개를 돌리고 있는 그녀에게 내가 말했다.

“지수씨 남편도 아마 그 바람피우던 여자와 같이 목욕했을 걸요? 사랑한다면 이런 거 아무 것도 아니죠. 오히려 같이 하고 싶지 않나요? 서로의 몸을 씻겨주는 게 뭐 이상한가요?”

남편도 다른 여자와 했을 거라고 충동하며 내가 지수의 옷에 손을 대자 그녀가 거부하지 않고 가만있었다.

“자. 이렇게 해 봐요.”

내가 옷을 벗기자 지수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내 손길을 도왔다.

마지막 브래지어와 팬티까지 벗기자 마침내 지수의 알몸이 드러났다.

“예쁘네.”

내가 그녀의 알몸을 보고 감탄했다. 낮에 온천장에서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그녀의 몸매는 봤지만 알맞게 솟아오른 두 개의 가슴을 맨살로 보니 자지가 급속도로 단단해졌다.

내가 가슴을 뚫어지게 보자 지수가 얼른 두 손으로 가슴을 가린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웃으며 그녀의 몸을 감싸고 탕으로 인도했다.

“여기 호텔도 전부 온천물이라고 했는데 들어가 봅시다.”

내가 지수의 몸을 탕속으로 밀어 넣자 그녀가 순순히 안으로 들어가 앉았다.

탕이 별로 크지 않아서 두 사람이 다 들어가기엔 무리가 있어 나는 탕 모서리에 걸터앉아 지수의 어깨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정말 살결이 부드럽네. 처음 지수씨 볼 때부터 얼굴피부가 예술이라고 느꼈지만 몸 전체가 애기 피부처럼 부드럽고 매끄러워.”

그러자 지수가 나를 보며 어색하게 웃는다. 그녀가 아직도 굉장히 쑥스러워 한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탕속의 물을 조금 떠서 지수의 몸에 뿌려주다 말했다.

“나도 들어가야겠네.”

나는 그녀의 몸을 밀며 탕안으로 들어갔다.

지수가 몸을 들어주자 나는 그녀의 밑으로 들어가 그녀를 뒤에서 안고 있는 자세로 탕에 몸을 눕혔다. 그러자 지수는 내 몸위에 얹힌 상태가 되고 실제로 탕 바닥에 닿고 있는 것은 내 몸뿐이었다.

이미 엄청나게 발기한 내 자지가 지수의 엉덩이를 찌르자 나는 그녀의 다리를 조금 벌리고 그 사이로 자지가 나오게 했다.

자세가 편하게 잡히자 나는 두 손으로 그녀의 아랫배를 감싸고 가볍게 쓰다듬었다. 가슴은 그녀의 두 손이 방어를 하고 있어 손이 가기가 용이하지 않았다.

나는 아랫배를 살살 문지르며 그녀가 어색할 까봐 말을 붙였다.

“지수씨는 지금 남편하고 이렇게 같이 샤워 안 했어요?”

“안 했어요.”

“남편이 하자고 했을 텐데.”

“하자고 한 적은 있었지만 내가 단호하게 거절하자 그 뒤로는 요구하지 않았어요.”

내가 한 손은 아랫배를, 다른 손은 어깨를 쓰다듬으며 입술로 도장을 찍듯 그녀의 뒷목과 어깨를 찍어 눌렀다. 그러자 그녀의 몸이 미세하게 떨리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지수씨가 거절했지만 남편은 아마 그 여자하고 했을 겁니다. 샤워 뿐 아니라 더한 것도 했겠죠. 남편 말 들으니까 그 여자는 남편이 죽으라면 죽는 시늉까지 했다는데, 샤워 뿐 아니라 변태적인 행동을 요구해도 다 들어줬을 거 같은데요. 지수씬 그렇게 생각 안 들어요?”

“뭐. 그랬겠죠.”

“지수씨. 사랑하는 사람끼리 그런 거는 나쁜 게 아니에요. 상대가 너무 좋아서 씻어주고 싶고 만지고 싶고 애무해 주고 싶은 게 무슨 죄가 되겠어요?”

지수가 아무 말이 없자 나는 아랫배와 어깨를 쓰다듬던 두 손을 일제히 가슴쪽으로 밀었다.

지수가 두 손으로 가슴을 가리고 있었지만 그 사이를 뚫고 진입하자 그녀의 손은 구르는 돌에 박힌 돌 빠지듯 스르르 밀려났고 마침내 탐스러운 그녀의 두 가슴은 내 두 손안에 점령이 되었다.

“아!”

손안에 들어온 두 가슴을 한 번 강하게 움켜쥐었다가 그 다음에 부드럽게 주무르자 지수의 입에서 처음으로 한숨 같은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처음에 유방을 마사지하듯 부드럽게 주무르다 양 쪽 검지 첫 번째 마디로 체리처럼 솟아오른 젖꼭지를 문질렀다.

“흑!”

젖꼭지에 자극을 가하자 그곳이 예민한 성감대인듯 지수가 몸을 흠칫 떨며 짧게 신음했다.

나는 그녀의 귀에 입술을 대고 부드럽게 물었다.

“지수씨. 남편 말고 결혼 전에 남자 많이 사귀었나?”

그러자 지수가 간지러운 듯 고개를 숙이며 말한다.

“아니. 대학 때 딱 한 번.”

“누구하고 사귀었을까? 모르긴 몰라도 그 사람 엄청 행운아였겠네. 이렇게 지수씨 같은 미인을 처음 경험했으니.”

“학교 선밴데. 내가 대학 1학년 때 그 사람은 3학년이었어요. 그때 막 행시 패스하고 우리 경영대학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사람이었는데 그 선배가 나에게 데이트 신청을 했죠.”

‘행시 패스를 대학 3학년 때?’

나는 지수가 다닌 학교가 궁금해져 물었다.

“굉장히 좋은 대학 다녔나 보네?”

“서울대죠 뭐.”

“서울대?”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애무하던 손이 오그라지는 느낌을 받았다.

‘이거 완전히 엘리트 중의 엘리트를 만났구나.’

서울대 경영학과라면 이병국 국장의 후배다. 국장이 워낙 유명한 사람이어서 물어보면 알 가능성이 많았지만 괜한 자격지심 같은 것이 생겨 그냥 그녀의 말만 듣고 있었다.

“한 1년 넘게 사귀었을 거예요. 그 선배 군대를 가더니 변심하더라구요.”

“지수씨가 아니고 남자가 변심을 해요?”

“예. 재벌집 딸하고 선을 봤다던데, 뭐 나 같은 평범한 집안 여자하고는 연애는 좋지만 결혼까지는 무리라고 그러더라구요. 나한테 직접 대 놓고 그런 말을 하는데 남자란 동물은 믿을 게 못 되는 구나, 하고 그때 처음 깨달았어요. 나도 자존심이 강한 편이라 간다는 사람 붙잡지 않았고 그 다음부터는 공부만 했어요. 공부는 아무리 해도 배신을 당하지 않거든요. 그렇게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대학원에 진학했어요. 그러면서 H대학에 시간강사로 나가게 되었는데 거기에서 학생으로 재학 중이던 지금의 남편을 만난 거예요.”

“아. 남편은 제자고 지수씨가 선생이었구나.”

그러자 지수가 웃는지 몸이 약간 들썩이는 게 느껴졌다.

“그래요. 남편은 그때 군대 제대하고 대학 4학년이었어요. 논문에 대한 문제로 지도해 주다 그 사람의 데이트 신청을 받았는데 처음엔 딱 잘라서 거절했죠. 하지만 그 사람 집요하게 나를 따라다니며 구애하는데 곁에서 들려오는 말을 들어보니 사람 성실하고 집안도 재력과 권력을 동시에 갖고 있는 아주 명망 있는 가문이더라구요.”

‘결국은 돈과 권력이 결혼 조건을 좌우하는 세상이야.’

나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지수처럼 학벌 좋고 예쁜 여자도 결혼을 할 때는 결국 돈과 권력에 줄을 서는 것이다. 나 같이 허우대만 멀쩡해 봤자, 겉으로 이상형이니, 뭐네 떠들지만 평생 같이 살 배우자감으로는 선택을 받지 못한다.

“뭐 돈과 권력도 없는 거 보다 낫겠지만 무엇보다 내가 그 사람하고 결혼을 결심하게 된 것은 나에 대한 그 사람의 일관적인 태도였어요.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다 받아주고 이해해주는 그 사람하고 결혼하면 첫사랑 그 사람과 달리 날 배신하지 않을 거라는 마음이 있었죠. 다신 같은 일로 상처받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데. 정말 남자란 동물은 알 수 없는 것이 남편도 결국 결혼하고 나니까 어쩔 수 없는 남자의 근성을 드러내는 거예요. 그 뒷이야기는 철수씨도 아는 사실이고.”

지수가 말을 그치자 나는 그녀의 가슴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남자라곤 딱 두 명 사귀고 그 두 명에게 모두 배신 당했으니, 지수씨 마음 이해할 거 같네요. 자. 이제 그런 아픈 기억은 잊어버립시다.”

나는 가라앉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지수의 몸을 일으키고 나도 일어섰다.

지수가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보는데 지금까지 둘이서 같이 살을 부비고 있던 것이 나쁘지 않았던 듯 얼굴에 약간 서운한 표정마저 보이는 것 같다.

나는 지수를 탕속에 그대로 세우고 밖으로 나와 비누를 찾아 손에 쥐었다.

먼저 내 몸 구석구석 비누를 칠한 뒤 지수에게 내밀며 말했다.

“등 좀 해 줄래요?”

내 말에 지수가 비누를 받아들고 내 등을 문질렀다.

매끄러운 그녀의 손 감촉을 즐기다가 그녀가 다 했다고 말하자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지수씨도 비누칠해요. 등은 내가 해 줄 거고.”

그러자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내 쪽에 등을 돌리고 비누를 칠했다.

다 끝나고 그녀가 나에게 비누를 내밀자 나는 비누를 받아 그녀의 등을 문질렀다.

비누를 다 칠한 뒤 나는 그녀를 세운 채로 뒤에서 그녀를 안았다.

역시 처음 탕속에서 안았을 때와 같이 그녀는 두 손으로 가슴을 가리고 있었다.

나는 처음에 했던 것처럼 뒤에서 그녀를 안은 채 한 손은 아랫배를 그리고 다른 손은 그녀의 어깨를 쓰다듬었다. 하지만 처음과 다른 것은 비누로 인해 두 사람의 살이 닿을 때마다 매끄럽고 기분 좋은 감촉을 주는 것이었다.

그렇게 한 동안 쓰다듬다 다시 또 손을 그녀의 가슴 쪽으로 모았다.

내 손이 가슴을 향해 밀고 들어가자 이번엔 그녀가 먼저 가슴을 가리고 있던 손을 떼고 손이 들어오기 쉽도록 해 주었다.

뭉클-

비누를 칠한 손으로 가슴을 움켜쥐자 손안 가득 매끄러운 살덩이가 잡히며 그런 느낌이 났다.

처음에 조심스럽던 손이 점점 거칠어지다 나중엔 가슴을 떡 주무르듯 주물렀다.

“흐응.”

지수가 신음소릴 낸다.

가슴에서 아랫배로 다시 손이 옮겨와 부드럽게 주무르다 내가 지수의 몸을 돌렸다.

서로 얼굴을 마주보는 자세에서 내가 두 손을 뻗어 지수를 품속에 안았다.

가슴과 가슴이 닿도록 한 뒤 그녀의 등을 내 쪽으로 꽉 끌어당겨 매끄러운 몸을 이용해 문질렀다. 그러자 살과 살이 미끄러지며 기분 좋은 감촉을 선사했다.

등을 감싸 안던 손을 밑으로 내려 두 개의 탐스러운 엉덩이를 주물렀다.

“하아.”

지수의 입에서 전보다 큰 신음소리가 흘러나왔고 그 순간 나는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

‘......!’

말랑한 입술이 닿으며 더운 숨결과 함께 미약한 치약냄새가 맡아졌다.

처음에 윗입술을 입에 넣고 빨다 혀를 내밀어 위쪽 치아를 쓰다듬었다. 다음에 혀를 지수의 입안 깊숙이 넣고 휘저으며 엉덩이를 주무르던 손을 앞으로 바짝 당겼다.

자지가 보지 부근에 닿자 나는 단단해진 자지를 보지에 문지르며 거칠게 입술을 빨았다.

“허억.”

격렬하게 키스를 하고 입을 떼자 지수가 거칠어진 호흡을 가다듬으며 내게 말했다.

“철수씨. 우리 방으로 가요.”

나도 여기선 한계가 있다는 걸 깨닫고 고개를 끄덕였다.

샤워기를 틀어 그녀의 몸 구석구석 비눗물을 제거했다. 가슴에 물과 내 손이 닿을 때 가볍게 콧소리를 내던 그녀가 다리 사이 보지에 손을 넣자 가볍게 몸을 비틀며 말했다.

“거긴 내가 할게요."

나는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손바닥을 넓게 펴서 그녀의 보지를 물과 함께 씻어 내렸다.

“아이.”

그녀가 당황한 듯 몸을 움츠리는데 보지를 문지르던 손에 물과는 다른 애액이 묻어나오는 걸 확인하고 나는 속으로 웃음을 참았다.

‘이거. 흥분해서 물을 쏟았구나. 그게 부끄러워서 자기가 씻는 다고 한 거네.’

나는 일부러 더 정성스럽게 그녀의 보지부근을 씻겨준 뒤 내 몸도 씻고 커다란 타월로 물기를 제거했다.

샤워가 끝나자 그녀가 가슴을 가리며 욕실을 나가려했다. 하지만 나는 그녀를 제지한 뒤 그녀의 몸을 번쩍 안아들었다.

“앗! 철수씨.”

내가 너무나 쉽게 자신을 안아들자 지수가 탄성을 발하며 내 품에 안겨온다.

아무리 날씬하다고 해도 그녀의 키가 165는 넘어 보였다. 남편이라면 나처럼 쉽게 그녀를 안고 다니지 못했을 거다.

아마 지수가 체격이 좋은 남자를 선호한다고 한 이면에는 이처럼 자기를 어린아이 다루듯 할 수 있는 강한 남자를 원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하. 이렇게 예쁜 여자를 바닥에 발을 대고 가게 한다면 그건 남자의 치욕이죠.”

내가 공깃돌 다루듯 가볍게 지수를 안고 방으로 들어가자 지수는 자신의 가슴을 가리던 두 손으로 내 목을 감싸 안았다.

침대에 이른 내가 지수를 던지듯 내려놓고 바로 그녀의 가슴으로 얼굴을 디밀어 그녀의 젖꼭지 하나를 단숨에 입에 넣고 빨았다.

쭉쭉-

“아아!”

마치 젖에 굶주린 아기가 엄마 젖을 빨듯 세차게 빨아들이자 지수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조금 전 욕실에서 비누칠을 하며 몸을 구석구석 어루만진 결과 지수가 예민하게 반응하는 성감대 몇 군데를 발견했는데 그 중 하나가 이 젖꼭지여서 내가 급하게 그것을 입에 물고 빤 것이다.

쭉쭉쭉쭉-

입밖으로 소리가 새어 나올 정도로 꼭지를 빨자 지수가 내 머리를 두 손으로 부드럽게 감싸 안는 것이 느껴졌다.

꼭지가 물러질 정도로 빨다가 다른 쪽 쪽지를 입에 넣고 빨았다.

쭉쭉-

“하아. 철수씨.”

예민한 곳을 집중공략 당하자 점점 지수의 몸이 달아오르고 있었다.

젖꼭지를 마음껏 희롱한 뒤 나는 그녀의 입에 여유 있게 키스를 했다.

그러자 이번엔 욕실에서와 달리 지수가 혀를 내밀며 적극적으로 호응해왔다.

지수의 입속 구석구석 탐사를 마친 나는 그때부터 입술을 사용해 그녀의 몸전체를 애무하기 시작했다. 비단결처럼 매끄럽고 하얀 그녀의 피부는 어느 한 곳도 놓칠 수 없는 보물이었고, 애무를 받는 도중 성감대를 자극받으면 여지없이 몸을 비틀고 탄성을 발하는 그녀를 보며 내 자지도 더 이상 커질 수 없을 만큼 크고 단단하게 변해버렸다.

“하아. 거긴 더러워요.”

내 혀가 항문 근처에 이르자 그녀가 몸을 부르르, 떨며 신음소릴 크게 냈다.

“더럽기는. 지수씨 거는 하나도 더러운 게 없어.”

아까 비눗물을 제거하면서 항문을 손으로 훑었을 때 지수가 몸서리쳤던 기억이 나자 나는 그곳을 더욱 집중적으로 공략을 했다.

“하악. 아아. 철수씨. 거긴.”

내 혀가 단단하게 변해 항문의 주름진 점막을 뚫고 들어갈 것처럼 거칠게 파고들자 지수가 두 손으로 침대시트를 꽉 부여잡고 연속으로 탄성을 발했다.

집요하게 항문을 공략하던 혀가 위쪽으로 올라와 보지를 한 번 훑어 내렸다.

지수의 몸이 후두둑, 떨리는 것을 느끼며 보지 전체를 입안에 넣고 빨아들이자 지수가 마침내 참지 못하고 내게 소리쳤다.

“철수씨. 그만. 그만하고 넣어줘.”

그 말에 나는 보지에서 입술을 떼고 몸을 세웠다.

애무는 질릴 만큼 했고 지금은 낮부터 분출하고 싶어 안달이 난 자지를 달래줘야 할 때였다.

지수의 두 다리를 옆으로 쫙 벌린 다음 나는 성이 나 터져버릴 것 같은 자지를 지수의 보지에 댔다.

내 침과 안에서 흘러나온 애액으로 그곳은 이미 한강이 돼 있었다.

커다란 버섯 같은 귀두를 보지입구에 대고 몇 번 문지르며 나는 지수의 안색을 살폈다.

‘......!’

그녀는 지금 두 눈을 감고 다가올 상황을 기다리고 있었다.

질꺽질꺽-

보지입구에 대고 수차례 귀두를 문지르다 이내 속으로 밀어 넣었다. 입구에서 심하게 걸리는 듯 하다 더욱 세게 힘을 주자 마침내 귀두가 좁은 입구를 헤치고 질속으로 입성했다.

“허억!”

마치 목에 가시라도 걸린 듯 지수의 입에서 숨 막히는 신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귀두를 감싸고 조여 오는 근육들의 공격에 나도 억눌린 신음소릴 뱉어냈다.

“흐으으.”

지금 이 상황이 내겐 천국과도 같은 것이었다. 입구에서 저항하는 세력을 물리치고 안으로 들어가는 느낌. 그리고 좁은 굴속에 들어가면 이렇게 보지가 날 환영하며 조여 오는 이 감촉. 너무나 황홀한 기분을 선사해주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보너스로 지금 지수의 얼굴을 보면 마치 못 먹을 거라도 삼킨 듯 입을 벌리고 놀란 표정을 보이는데 마치 이런 거물은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다는 것을 얼굴로 보여주고 있었다.

내가 자지를 서서히 움직이며 중간 쯤 진입하자 지수가 침을 한 번 삼키며 두 눈을 떴다.

‘......!’

나와 눈이 부딪히자 그녀가 애처로운 표정으로 나를 보는데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연약한 모습이다.

이렇게 자지를 보지 안에 넣고 움직일 때면 내가 경험한 여자들 모두 지수와 비슷한 표정을 보였다. 마치 거만한 표정을 지으면 내가 자지를 빼버리기라도 할 것 같아 사정하며 넣어달라는 저 표정.

나 혼자만의 착각일지 모르지만 아무튼 나는 그렇게 느껴지고 더욱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다.

내가 강한 눈빛으로 계속 내려다보자 지수가 시선을 먼저 피하며 두 손을 가슴에 살며시 내려놓았다.

마치 나에게 모든 것을 맡긴다는 저 표정을 보며 나는 더할 수 없는 만족감을 느꼈다.

서울대를 나온 여자. 대학원을 졸업하고 지금은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고 했다. 아직은 H대학에 시간강사지만 머지않아 정교수가 될 것이 분명한 여자였다.

그런 엘리트가 지금 내 밑에 깔려 연약한 표정을 지으며 좆질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런 그녀의 기대를 저버리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지수의 보지에 절반 쯤 들어간 상태에서 잠시 멈춘 나는 좆질을 시작했다.

퍽퍽퍽퍽퍽-

쉬지 않고 좆질을 하면서 진입해 마침내 내 큰 자지가 질속을 가득 채워주자 지수의 입에서 만족스런 탄성이 흘러나왔다.

“하아! 철수씨.”

내 치골이 그녀의 치골에 닿을 때까지 자궁벽을 있는 힘껏 밀어주고 뒤로 빠지더니 내 자지가 이제 힘차게 왕복을 하기 시작했다.

퍽퍽퍽퍽퍽-

질꺽질꺽-

30번씩 열 번 정도를 반복하자 나도 사정할 기미가 느껴졌다. 물론 아직은 조절할 수 있는 범위안이다.

나는 흥분도 조금 가라앉힐 겸 며칠 전 보았던 야동에서처럼 체위를 바꿔보기로 했다.

자지를 끼운 채 지수의 다리 하나를 세워 옆으로 돌리고 나도 그 사이로 들어가 옆치기 자세를 만들었다. 그 상태로 또 조금 전과 같이 자지를 힘차게 움직였다.

퍽퍽퍽퍽퍽-

“하악. 아아. 나 몰라.”

점점 지수의 신음소리가 커지고 다양해져가자 나는 더욱 신이 나서 그녀의 보지를 자지로 몰아붙였다.

한참 동안 그 자세로 왕복하다 다시 자세를 한 번 더 바꾸자 이번엔 그녀의 뒤에서 뒷치기를 하는 자세가 되었다.

뒷치기는 많이 해 본 자세여서 어느새 익숙한 기분까지 들어 마음 놓고 좆질을 했다.

퍽퍽퍽퍽퍽퍽-

지수의 엉덩이를 꽉 움켜쥐고 쉴 새 없이 좆질을 해대자 그녀의 반응이 이때부터 전과 확연하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아흑. 아아.”

마치 내 좆을 더 깊이 받고 싶은 듯 엉덩이를 내쪽으로 흔들어 밀어대는데 좆 끝에 묻어 나오는 물기도 점점 많아지고 신음소리도 커져갔다.

뒷치기로 거칠게 몰아붙이다 다시 한 번 자세를 바꿔 옆치기를 했다.

퍽퍽퍽퍽퍽-

그리고 한 번 더 자세를 바꿔 처음 정상위 자세로 돌아왔는데 자세는 처음으로 복귀했지만 지수의 몸은 전과 확연하게 달라져있었다.

“철수씨. 나 이상해. 아아.”

그녀의 얼굴은 화로를 머리에 이고 있는 듯 벌겋게 달아올랐고 그 총명하게 반짝이던 눈동자도 열에 들떠 초점을 잃어가고 있었다.

내가 좆질을 잠시 멈추고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

그러자 그녀가 내 입술을 거세게 빨며 헐떡였다.

“하아. 철수씨. 왜 이렇게 오래 하는 거야?”

“오래 하는 거 싫어?”

“아니. 이렇게 오래 하는 거 처음이라.”

오늘 처음 경험하는 것이 너무 많은 여자, 지수. 그래도 싫은 표정은 아니다. 아니 그 반대로 열에 들뜬 그녀는 잔뜩 흥분된 표정을 내게 보이고 있다.

“남편이나 그 첫사랑은 이렇게 오래 안 했나 보지?”

“응. 그냥 몇 번 하다가 끝내서 잘 몰랐는데 철수씨는. 아우. 또.”

내가 자지를 다시 움직이자 지수가 내 등을 끌어안고 바짝 안겨왔다.

나도 이제 거의 한계에 이른 것을 깨닫고 그녀에게 속삭였다.

“나도 이제 곧 될 것 같아.”

그러자 지수가 입술을 떨며 내게 매달렸다.

“아아. 철수씨. 나 이상해. 철수씨가 날 이상하게 만들었어.”

“그래. 지수야. 나도 지금 흥분 돼 미치겠다. 아우. 지수 네 거기가 안에서 너무 조이는데 쌀 것 같아.”

“아아. 조금만. 조금만 더 해줘.”

“그래? 조금만 더 하면 좋을 거 같아?”

“아아. 모르겠어. 지금도 미칠 거 같은데. 아아.”

지수가 애타는 음성으로 하소연하자 나는 고개를 아래로 숙여 잔뜩 성이 난 젖꼭지 하나를 입에 물었다. 그리고 입속에 들어온 꼭지를 혀로 굴리며 자지를 밑에서 위로 올려치기 시작했다.

퍽- 퍽- 퍽- 퍽-

“아우. 철수씨.”

둔중하게 밀어치다 더 이상 나도 견디기 힘들 지경까지 오자 나는 빨던 젖꼭지를 뱉어내고 두 손을 아래로 뻗어 그녀의 머리카락을 움켜잡았다.

“지수야. 나 더 이상 못 참겠어. 이제 싼다.”

안정된 자세를 잡은 뒤 나는 마지막 좆질을 시작했다.

퍽퍽퍽퍽퍽퍽-

“아흑. 철수씨. 어서. 어서 해. 나 더 이상. 아아아.”

급박한 외침소리가 지수의 입에서 터져 나오자 나도 할 수 있는 가장 강한 힘으로 그녀의 보지를 쑤셔댔다.

퍽퍽퍽퍽-

“아아. 나온다.”

“아아. 철수.”

드디어 낮부터 참았던 흥분을 한꺼번에 발산하며 내 자지가 사정을 시작했다.

쿨럭- 쿨럭- 쿨럭-

참았다가 하는 사정이라서인지 유난히 많은 양이 지수의 자궁속으로 흘러들어갔다.

“으으. 좋아.”

나는 마음 속 깊숙한 외침을 토해내며 사정의 여운을 즐겼다.

언제 이토록 아름답고 지적인 여자와 섹스를 할 수 있을까? 이렇게 똑똑한 여자의 자궁에 내 정액을 마음껏 쏟아 부을 수 있을까?

아마 다시는 기회가 없을 것이다.

외모가 뛰어난 여자는 가능하겠지만 지수처럼 지적인 재능까지 겸비한 여자는 두 번 다시 만나기 힘들 거란 생각에 더욱 기쁨이 샘솟았다.



사정이 끝나고 한참 동안 그렇게 있다 고개를 숙여 가볍게 키스를 하자 지수가 눈을 들어 나를 본다.

‘......!’

아직도 볼은 붉었고 싸늘한 눈매는 풀어져 있었지만 눈동자는 이전의 맑은 빛으로 돌아와 있었다.

섹스를 할 때는 내가 주도권을 확실하게 잡았지만 끝나고 그녀의 맑은 눈을 보니 어쩐지 이제 모든 권한이 그녀에게로 넘어간 듯 위축감마저 들었다.

나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도록 자지를 그대로 그녀의 보지속에 담그고 있었다.

이미 사정을 끝냈지만 원래 죽어 있을 때도 사이즈가 큰 자지라 아직은 보지속에서 형태를 잃지 않고 있었다.

나는 다시 한 번 지수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춘 뒤 입을 아래로 내려 그녀의 목에 댔다. 목을 부드럽게 핥아 내려가며 가슴에 이르렀지만 지수가 거부하지 않자 나는 가슴 정점에 달린 꼭지를 다시 입속에 넣었다.

혀로 부드럽게 꼭지를 굴리자 지수가 손을 뻗어 내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것은 내 공연한 생각이었다. 섹스를 마치고 난 후의 지수가 시험을 치루고 난 사람처럼 나를 홀가분하게 털어내고 일어나 나가버릴 것 같은 마음이 든 것은 기우일 뿐이었다.

지수는 내 사정 후의 애무를 기꺼이 받아들였고 그녀 역시 나를 부드럽게 애무하며 여운을 즐기고 있었다.



자지가 저절로 빠질 만큼 시간이 흐르자 나는 그녀를 일으켜 세우고 같이 욕실로 들어갔다.

이제는 욕실에서도 지수는 더 이상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내가 그녀의 몸을 씻겨주자 그녀도 내 몸을 씻겨줄 만큼 친밀함을 나타냈다.

섹스를 하기 전과는 엄청난 차이를 보여주던 그녀는 몸을 다 씻자 이내 옷을 갈아입고 여기 오기 전처럼 정숙한 차림으로 돌아갔다.

내가 문을 열어주자 밖으로 나간 지수는 내 얼굴을 뚫어지게 한 번 쳐다본 뒤 이내 내 눈에서 사라져갔다.

혼자가 된 나는 순간 허전한 마음이 들었다. 지수가 가지 않고 나와 같이 한 침대에서 잠을 잤으면,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이제 더 이상 그런 행운은 오지 않을 것이다.

침대에 누워 지수의 생각을 했다.

과연 그녀가 남편을 용서할 것인가?

‘용서할 것이다. 나와 만족스러운 섹스를 했으니까 아마도 남편을 용서할 마음이 생기겠지.’

아니다.

아마도 지수란 여잔 나와 이런 관계가 되지 않았더라도 남편과 이혼까지는 가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데 여행과 섹스에 대한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오더니 나를 곧장 깊은 잠속으로 끌고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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