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18일 토요일

[야설 ] 강간범의 변명 - 9부



[야설 ] 강간범의 변명 - 9부
딩동-

벨이 울리자 아직 잠이 덜 깬 상태에서 눈을 뜬 나는 먼저 시계를 보았다.

아침 8시.

‘아침 식사시간은 좀 이른데.’

누군가 하며 방문을 열자 아오끼가 문앞에 서 있었다.

“아오끼!”

반가운 마음에 나는 얼른 그녀의 손을 잡고 안으로 들였다.

그녀가 방안으로 들어와 주위를 둘러보다 내가 밤새 잤던 이불속으로 파고들었다.

나도 그녀 옆에 앉아 아오끼의 뺨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

날씨가 쌀쌀한지 뺨이 차가웠다.

나는 온기를 불어넣어주기 위해 아오끼의 뺨을 두 손으로 감싸 안고 부드럽게 키스했다.

그러자 너무나 자연스럽게 안에서 아오끼의 혀가 밖으로 나와 내 입속으로 들어왔다.

쭉쭉-

아침이어서인지 어젯밤 같이 끓어오르는 욕정은 생기지 않았고 그저 편안한 마음으로 아오끼의 혀와 입술을 부드럽게 빨았다.

길고 긴 입맞춤이 끝나자 아오끼가 나를 불렀다.

“니상.”

그리고 일본말로 뭐라 말을 하는데 다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아마도 이곳을 곧 떠나게 돼서 나와 마지막으로 인사를 하러 온 것 같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옷을 입었다.

“아오끼. 나가자.”

나는 아오끼의 손을 잡고 방을 나왔다.

호텔 로비에 나오자 아오끼가 발걸음을 떼지 않고 나를 보는데 두 눈에 아쉬움이 역력해 보였다.

나도 그녀 못지않게 아쉬웠지만 달리 어찌할 방도가 없어 그냥 하릴없이 서 있을 뿐이었다.

그때 한쪽에서 가이드의 목소리가 들렸다.

“강철수씨!”

고개를 돌려보니 프런트에서 직원하고 뭔가 얘기하고 있던 가이드가 나를 보며 손짓을 하고 있었다.

잠시 기다리자 가이드가 얘기를 끝내고 다가오더니 아오끼를 발견하고 놀라 소리친다.

“아오끼!”

그러더니 이내 일본말로 속사포처럼 빠르게 얘기했다. 그러자 아오끼도 제법 많은 말을 했고 두 사람은 한참 동안이나 때론 웃으며 때론 심각하게 얘기를 나눴다.

듣는 내가 지루해질 정도로 많은 얘기를 나누더니 이내 가이드가 나를 보며 말한다.

“강철수씨. 혹시 서울에 사는 연락처 줄 수 있어요?”

“연락처요?”

“예. 아오끼에게 주려구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가이드가 건넨 종이에 시청의 주소와 도시계획국까지 모두 적어주었다. 지금 살고 있는 고시원은 곧 나올 생각이어서 그쪽을 적어줄 순 없었다.

가이드가 내 주소를 아오끼에게 건네더니 아이에게서 쪽지를 받아 나에게도 건네준다.

“아오끼의 집주소예요. 한국말이라도 좋으니까 편지해 달라네요.”

쪽지를 받고 내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아오끼가 그 모습을 보면서 입가에 미소를 짓는다.

“자. 강철수씨. 아오끼가 이제 가야한다네요. 호텔밖까지 바래다주세요.”

그러자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아오끼의 곁으로 다가갔다.

순간 아오끼가 내게 손을 내밀었다.

그것을 보고 나는 별 망설임 없이 아이의 손을 잡았다.

힐끗 옆을 보니 가이드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나를 보며 웃는데 이상하게 아이의 손을 잡는 것이 당연한 일을 한 것처럼 무안함을 느끼지도 않았다.

밖으로 나와 사람들이 왕래하는 곳에서 조금 비껴서 아오끼의 얼굴을 보았다.

아이 역시 내 얼굴을 머리 속에 집어넣기라도 할 듯 눈 한 번 깜박이지 않고 나를 보고 있었다.

‘이렇게 예쁘고 귀여운 아이를 다시 볼 수 없다니...’

그렇게 생각을 하면 한 없이 아쉽지만 이토록 예쁜 아이와 어젯밤 인연을 맺은 것만으로도 축복이고 그것에 감사하기로 마음먹었다.

“아오끼.”

“니상.”

내가 잡고 있던 손을 풀어 그녀의 얼굴을 감싸 쥐었다. 그리고 입술에 가볍게 키스하며 몇 알고 있지 않은 일본말로 인사했다.

“아오끼. 사요나라.”

그러자 아이도 나와 똑같이 내 입술에 키스해주며 더듬거리는 한국말로 인사한다.

“안녕. 안녕히, 가세요.”

아오끼의 두 눈에 얼핏, 눈물이 고였는가 싶더니 이내 아이가 고개를 돌려 숙소로 뛰어갔다.

두 번 다시 돌아보지 않고 뛰어가는 아이를 나는 내 눈에서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 자리에 서서 마음으로 전송했다.

‘아오끼. 잘 가. 혹시 내 몸에 기적이라도 생기면 우리 다음에 꼭 다시 만나자.’



로비에 들어가자 나를 기다린 건지 가이드가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내가 다가가자 가이드가 웃으며 말했다.

“아오끼를 구해줬다구요?”

“아오끼가 그래요?”

“예. 어젯밤 큰 일 날 뻔 했다던데요?”

내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일이 있긴 했죠. 가이드님과 헤어지고 술을 한 잔 더 마신 뒤 호텔로 들어가려던 참이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어디서 사내놈들이 네 명이나 나타나 여자를 때리고 납치하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달려가 그놈들을 물리치고 여자를 구했는데 알고 보니까 아오끼였던 거죠.”

“호호. 그런 일이 있었군요.”

가이드가 별로 놀라지 않는 것을 보니 아오끼가 모두 말한 모양이었다.

그런데 뒤이어 가이드는 한술 더 떠서 내가 알지 못하는 사실까지 토해놓았다.

“강철수씨는 사람을 구해놓고 보니까 아오끼였다고 그랬죠?”

“예.”

사실은 미리 알고 있었고 강간을 하기 위해 뒤를 따른 것이지만 나는 그냥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할 수밖에 없다.

“철수씨는 몰랐겠지만 아오끼는 알고 있었어요.”

“예?”

내가 무슨 말인지 몰라 멍한 표정으로 보자 가이드가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오끼가 어제 이쪽 호텔에 숙박하게 된 것은 강철수씨도 아시죠?”

“예.”

“아오끼가 그러는데 어제 호텔에서 철수씨를 봤대요. 구마모토성에서 철수씨 본 뒤로 계속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렇게 호텔에서까지 보게 되니까 보통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했나 봐요. 그래서 저녁을 먹고 친한 친구랑 같이 우리가 묵는 이 호텔에 와서 계속 기웃거렸나 봐요. 그러다 철수씨를 봤고 나와 같이 나가는 것까지 다 봤다네요.”

“아!”

내가 놀라자 가이드가 계속 말을 이었다.

“그래서 아오끼는 친구랑 같이 우리 뒤를 따랐고 우리가 이자카야에서 술을 마시는 것도 모두 보고 있었대요.”

아오끼가 모두 알고 있었다니.

“그래서 아오끼는 친구랑 놀이기구에서 놀며 철수씨 나오기를 기다렸는데 먼저 내가 나오고 나중에 철수씨가 나오더래요. 그걸 보고 철수씨랑 데이트를 하려고 친구를 먼저 보냈는데 막상 아는 척을 하려니까 너무 창피하고 차마 말을 꺼낼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혹시 철수씨가 먼저 말을 걸어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그냥 호텔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대요. 물론 철수씨가 따라오는 것을 멀리서 느꼈구요. 그러다 갑자기 괴한들을 만나게 됐는데 그 수가 너무 많아 정말 겁이 났다더군요. 그런 다급한 상황에서 철수씨가 용감하게 달려들어 자기를 구해주니까 아오끼는 그렇지 않아도 마음이 있었는데 완전히 철수씨에게 반해버린 것 같아요.”

가이드의 말을 듣고 있자니 나는 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아오끼가 알고 있었다니...

만약 그 네 놈들이 안 나타나고 내가 강간을 하게 되었다면 상황이 어찌 변했을까?

아오끼는 납치 강간을 한 놈이 나란 걸 눈치 차릴 가능성이 아주 높았다.

내가 강간한 사실을 알고 있는 아오끼.

그리고 아오끼가 신고를 해서 내가 강간범으로 잡혀버리는 상상까지 하게 되자, 어젯밤 그 상황이야말로 몸이 떨릴 정도로 아찔했던 순간이었단 사실을 알게 되었다.

‘후우우. 하늘이 도왔다.’

나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긴 한숨을 내 쉬었다.

내 속도 모르고 가이드는 나를 보며 웃는다.

“아무튼 강철수씨 대단한 일을 했어요. 만약 이게 언론에 보도되면 한국의 이미지도 높이고 정말 좋을 텐데. 그래서 내가 아오끼에게 부탁했어요. 학교로 돌아가서 알릴 수만 있으면 꼭 그 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달라고 말예요.”

“아아. 뭐하러 그런 부탁을......”내가 난색을 표하자 가이드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반문한다.

“아니 왜요? 사람들에게 영웅대접 받는 게 싫으세요?”

“난 그런 거 싫습니다. 남에게 칭찬 받을 만큼 좋은 사람도 아니구요.”

만약 국민적 영웅이 되었다가 나중에 강간범으로 체포되면 완전히 이중인격자로 더 크게 비난 받을 수 있는데 내가 왜 좋아하겠는가.

하지만 가이드는 내 속뜻을 오해하고 혼자 감탄한다.

“정말 강철수씨. 외모만 근사한 것이 아니라 마음까지 완전 짱이네요. 호호. 이거 나도 아오끼처럼 철수씨에게 반할 거 같은데 이거 어쩌나.”

나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손사래를 치며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아침에 출발하는 시간이 여유가 있어 우리 일행은 호텔에서 제공하는 식사를 평소 식사시간대보다 조금 늦게 했다.

뷔페식 식당에 들어가 줄을 서는데 누군 가 뒤에서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안녕하세요?”

뒤를 돌아보니 어제 보았던 두 여대생 중 단발머리 여자가 나를 보며 생긋 웃는다.

“아. 잘 주무셨습니까?”

내가 인사하자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제 재미있게 보내셨어요?”

“아, 예."

두 말 하면 잔소리다. 어제 아오끼랑 천국에 갔다 왔으니까 그보다 더 잘 보낼 수가 없는 거지.

나도 예의상 그녀에게 물었다.

“어제 일행분들과 재미 있으셨어요?”

그러자 단발이 고개를 돌려 중년아저씨 둘을 눈으로 찾는다.

나도 따라서 살피는데 그들은 줄 맨 뒤쪽에 서 있어 우리와는 한참 떨어져 있는 거리였다.

그걸 확인한 뒤 단발이 내게 목소리를 죽여 말했다.

“아유. 나이도 들만큼 드신 분들이 정말... 처음엔 예의를 차리더니 나중에 주책을 바가지로 부리는데 따돌리느라 아주 죽는 줄 알았어요.”

“하하. 그러셨어요?”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웃자 여자가 나에게 말한다.

“그쪽하고 같이 마셨으면 훨씬 즐거웠을 텐데.”

말하는 투가 완전히 내게 작업을 걸고 있다.

“하하. 저도 아쉽네요.”

여자가 목소리를 더 낮춰 내게 말했다.

“어제 술 한 잔 사주신다고 그러셨는데 언제 사줄 래요?”

‘이거 완전 들이대는구나.’

여자가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들이대는 것을 느꼈지만 여행지에서 그럴 수 있는 일이란 생각이 들어 나는 가볍게 웃으며 넘어가려 했다.

“하하. 서로 시간이 맞으면 하도록 하죠.”

“음. 어제 좀 과음해서 오늘은 속을 풀어야하니까 그렇고. 내일 어때요? 여행 마지막 날이니까 과음해도 뭐 상관 없을 거 같고. 우리 같이 한 번 어울리죠?”

나는 거절을 하고 싶었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들이대니 어떻게 말하기가 곤란해 그냥 반승낙하고 말았다.

“내일 선물을 조금 사가야 하니까 저녁엔 시간이 안 될 것 같고, 늦은 시간이라도 괜찮다면 같이 한 잔 하기로 하죠.”

그러자 여자가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늦어도 우린 상관없어요. 다음날 출국인데 여차하면 날을 세죠.”

‘아이고. 에너지가 아주 넘치는 구나.’

나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지만 겉으로는 사람 좋게 그냥 웃어주고 대화를 마무리했다.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짐을 챙겨 버스를 탔다.

버스에 올라 자리를 잡기 위해 통로를 걷는데 누가 나를 불렀다.

“강철수씨.”

보니 어제 구마모토성에서 내게 업혀 내려온 곽민정이 나를 보며 손짓하고 있었다.

내가 다가가자 통로를 사이에 둔 옆자리를 가리키며 말한다.

“여기 앉아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앉기 전에 창쪽에 앉은 언니 순정에게 인사를 했다.

“잘 주무셨습니까?”

“예. 철수씨도 잘 잤죠?”

“예.”

그녀가 반갑게 맞아주자 나는 가볍게 한 번 웃어주고 자리에 앉았다.

그 뒤로도 사람들이 계속 타는데 비행기에서부터 내가 관심을 기울여 보았던 민지수란 여자가 내 앞까지 오더니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나를 보던 그녀가 내 대각선으로 맞은 편, 그러니까 곽민정의 바로 앞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남편이 뒤를 따라 오다 민지수에게 창쪽으로 들어가라고 하자 그녀는 고개를 흔들며 다시 통로로 나와 남편을 창쪽으로 앉게 한 뒤 자신은 처음 그대로 통로쪽에 앉았다.

앉기 전에 나를 보며 나와 눈을 한 번 마주친 뒤 자리에 앉는데 벌써 이런 식으로 어제 오늘 그녀와 눈이 몇 번이나 마주친 건지 수를 헤아리기 어려웠다.

나야 우리 일행 중에서 가장 미인인 데다 몸매까지 훌륭한 그녀를 수컷의 본능으로 관심 있게 본 것이고 그녀를 보는 남자들의 시선이 어찌 나 혼자뿐이겠는가?

그런데 그녀는 왜 나와 이렇게 자주 눈이 마주치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물론 쭉 둘러보니 남자로서 나보다 체격도 좋고 얼굴도 잘 생긴 사람이 일행 중에는 없는 것 같지만 그녀는 남편이 있는 유부녀가 아닌가?

하긴 시간 날 때마다 그녀를 관찰한 결과 그녀는 남편이 말을 걸어도 상대를 해 주지 않거나 대꾸를 해도 거의 단답형 수준이었다. 두 사람의 불편한 사이로 볼 때 아마도 한국에서 부부싸움을 한 뒤 화해하는 계기를 삼으려고 이번 일본여행을 택한 듯 보였다.



사람들이 다 착석하자 가이드가 일어나 인사를 한다.

“다들 잘 주무셨죠?”

“예.”

사람들이 선생님의 질문에 대답하는 유치원생들처럼 일제히 외친다.

“이제 우리가 갈 곳은 이번 여행의 핵심지인 우레시노 온천입니다......”

가이드가 한참 동안 우레시노 온천에 대해 자랑을 했다.

“...... 일본 3대 온천 중 하나인 이 우레시노 온천은 특히 피부에 효능이 탁월해서 온천을 하고 나면 사람이 달라져 가족들도 못 알아본다는 전설이 있어요. 그러니까 기대를 많이 하고 가셔도 좋습니다......”

나는 온천에 그다지 관심이 없어서 가이드의 말을 흘려들었다. 대신 오늘 저녁에 어떻게 하면 강간을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어제처럼 허술하게 시도했다가 잘못하면 일본땅에서 철창으로 직행할 수 있을 것 같아 아주 신중하게 해야 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제 일을 생각하자 아오끼의 순진하고 예쁜 얼굴이 떠올랐다.

‘깜찍한 것.’

어제 나하고 뭔가 엮어보려고 호텔에서부터 나를 몰래 따라다녔단 건데, 어쩐지 이자카야에서 나와 아이를 보는데 뭔가 이상했었다. 그녀가 내 쪽을 보는데 꼭 나를 의식하고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던 것이다.

그런데 나를 봤으면 먼저 달려와 아는 척을 했을 텐데 아는 척을 하지 않아 나는 그녀가 나를 보지 못했다고 그냥 단순하게 생각해 버렸었다.

‘그래서 그때 친구를 먼저 보낸 거고.’

친구에게 귓속말을 하고 그 즉시 친구가 먼저 떠나자 왜 그런지 이유를 몰랐는데 이제 생각하니 모든 것이 머리에 불을 밝힌 듯 환해졌다.

만난 지 하루에 그런 만리장성을 쌓았으니 인연도 보통 인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만약 끊어지지 않을 인연이라면 언젠가 또 만날 수도 있겠지.’

나는 이제 눈앞에 없는 아오끼를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 위해 옆으로 고개를 돌려 민정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열심히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있었는데 옆모습은 아픈 사람처럼 느껴지지 않고 오똑 솟은 코와 단아한 입술선으로 인해 꽤나 세련되고 아름다워 보였다.

가이드를 향해 앞을 보면서도 옆에서 보는 내 시선을 느낄 수가 있었는지 민정이 고개를 돌려 내 얼굴을 보았다.

‘......!’

시선이 마주치자 그녀가 먼저 나를 향해 미소를 보내온다.

나는 그녀를 몰래 보고 있었다는 것이 들통나자 왠지 멋쩍어 그것을 무마하기 위해 웃으며 말을 걸었다.

“온천 좋아하세요?”

“아니. 좋아한다고 말 하긴 그러네요. 그 동안 일에 찌들어서 온천을 갈 기회가 없었으니까 좋다 싫다 말 할 그런 게 못 되고 이번에 한 번 해보면 알겠죠. 철수씨는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껏 살면서 한 번도 온천을 해 본 적이 없어서요.”

내가 시종 웃으며 말하자 민정도 내게 웃는 낯으로 온천지역에 도착할 때까지 이런저런 얘기를 했는데 나이가 연상이어서 그런지 대화를 해 나가는데 막힘이 없어 가는 동안 지루하지 않았다.

또 가끔씩 대각선에 있는 민지수의 동향을 살펴보면, 그녀 또한 나와 민정이 나누는 대화에 관심이 있는 건지 귀를 세우고 듣는 듯한 느낌이 들어 자칫 지루할 수 있는 버스여행길을 흥미롭게 만들어 주었다.



마침내 우리 일행은 이번 여행의 주 목적지인 우레시노 온천에 도착했다.



호텔은 전날 묵었던 곳에 비하면 규모도 크고 부대시설도 훌륭했다.

내부에 크고 좋은 온천시설까지 구비되어 있었으며 쇼핑센터 중간에 족욕을 할 수 있도록 온천물이 흐르고 있어 과연 온천지역에 들어왔다는 실감을 할 수 있었다.

시계를 보니 아직 체크인 하기에 이른 시간이다.

우린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먼저 호텔 내에 있는 온천에서 가볍게 목욕을 한 뒤 시간이 되자 방을 배정받아 안으로 들어갔다.

온천지역이라 방에는 목욕할 때 입는 유카타가 구비되어 있었는데 가이드가 미리 설명을 해 주어서 나는 처음 입는 것이지만 당황하지 않고 유카타를 잘 입을 수가 있었다.

이 유카타를 입고 오늘 하루 온천지역을 돌아다니며 즐기게 되는 것이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조금 휴식을 취한 뒤 가이드가 일행을 모아놓고 설명을 했다.

“오후에 정식으로 온천욕을 할 것입니다. 사실 여기 호텔에 있는 온천도 상등급에 속하는 수질을 갖고 있어 호텔을 이용해도 되지만 여기는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으니까 오후엔 특별하게 다른 곳으로 이동해 온천을 할 거예요.”

우리가 귀를 기울여 듣고 있자 가이드가 온천을 할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을 제시하며 우리에게 선택하라고 했다.

“여기 온천할 수 있는 곳이 굉장히 많은데 좋은 수질에 비해 대부분 규모가 작고 시설은 그다지 좋지 않아요. 그야말로 온천물로 승부를 하는 거죠. 그러니까 첫 번째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은 규모가 작은 곳을 여러 군데 순방하며 온천을 즐기는 방법이 있구요. 다른 하나는 한 군데만 가는 건데요, 최근에 생긴 크고 시설도 좋으며 남녀 혼욕까지 할 수 있는 온천장이 생겼어요. 그곳을 가게 되면 그곳 입장료가 대단히 비싸기 때문에 다른 곳은 들르지 못하게 되죠. 그러니까 여러분이 선택을 해 주세요. 온천지역을 여러 군데 감상해보고 싶으신 분들은 첫 번째 방안을, 그리고 한 군데지만 시설 좋고 남녀 혼욕을 할 수 있는 곳에서 하고 싶은 분들은 두 번째 방안을 택하시면 돼요. 물론 반드시 통일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 여러분이 택하신 방법대로 모두 즐기실 수 있습니다.”

가이드의 설명이 끝나자 우리 일행 모두는 거의 만장일치로 두 번째 방안을 택했다.

“남녀 혼욕을 하려면 따로 수영복을 준비하셔야 합니다. 제가 여행 오기 전에 수영복을 준비하시라고 미리 말씀 드렸는데 다 이것 때문이에요. 준비 안 하신 분 없죠?”

“예!”

일행이 모두 힘차게 소리치자 가이드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수영복을 미처 준비하지 못 한 분들도 그곳에서 대여하는 곳이 있으니까 큰 상관은 없습니다. 자. 그럼 방에 들어가서 준비를 하시고 로비에서 만나기로 하죠.”



가이드의 안내로 우린 그 최근에 지어졌다는 크고 화려한 온천장으로 갔다.

탈의실에서 수영복을 입고 온천욕을 할 수 있는 곳으로 나왔는데 주변을 둘러보니 아는 사람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이것저것 신경 쓸 것 없어 내가 일행 중에서 가장 빨리 옷을 갈아입고 나온 것 같았다.

잠시 기다리자 아는 사람들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먼저 남자들이 나오고 곧 이어 여자들도 하나둘 나오는데 민지수의 얼굴이 보이자 나는 무심한 척 하면서 그녀의 몸매를 살폈다.

‘......!’

역시 그녀는 얼굴 뿐 아니라 몸매도 날씬해 주위에 있는 다른 여자들과 확연히 비교되고 있었다.

민지수도 주변을 둘러보다 나를 발견했다.

역시 나를 보는 그녀의 눈길이 다른 사람을 보는 것과는 다르다고 느꼈다.

나는 시선을 그녀 있는 쪽에 두지 않고 다른 곳을 보면서 그녀가 내 몸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아랫도리에 삼각 수영팬티만 입은 내 몸매는 같은 남자가 봐도 감탄하며 부러워할 정도로 잘 빠졌고 비록 발기되어 있지 않은 자지라지만 팬티속에 감추어진 불알과 자지는 그 자체만으로도 볼륨감이 있어 여자들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품게 만들었다.

그때 누군가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어머. 진짜 멋 있어요.”

고개를 돌려보니 틈만 나면 나에게 말을 붙이는 그 대학생 두 명 중 단발머리를 한 아가씨다.

내가 웃으며 그녀를 살짝 보았다. 키는 160이 안 되어 보이는데 몸매는 통통해 역시 별로인데 대담하게 비키니 차림의 수영복을 입고 있는 게 영 안 어울려 보였다. 바로 그 옆에서 말없이 웃고 있는 긴머리 친구는 그래도 몸매가 날씬해 비키니가 제법 어울렸다.

사람들이 그렇게 다 모여 가는 가운데 마지막으로 곽민정이 언니와 모습을 드러냈다.

젊었을 때 모델을 했다고 했는데 역시 키가 여자들 중에서 가장 컸고 몸매는 가시처럼 말라 밸런스가 맞지 않아보였다. 수영복은 원피스 차림이었고 상체는 커다란 타월로 전체를 다 가리고 있었다.

민정이 나를 보더니 눈을 반짝이며 내게로 다가왔다. 그리고 내 몸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했다.

“철수씨. 모델해도 되겠다.”

“하하. 정말요?”

내가 조금 과장되게 웃자 민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키가 183?”

“그냥 보면 알아요?”

내가 답을 알려주지 않고 그냥 되묻자 민정이 대답한다.

“직업이니까. 하체가 길어서 보기엔 185정도로 보이지만 실제 키는 183정도가 맞을 거야.”

거의 단정적으로 민정이 말하자 나는 웃으며 물었다.

“누나는 키가 몇이세요?”

이미 버스 타고 오면서 우리는 나이를 텄고 그녀가 나보다 12살이나 많은 띠동갑이란 걸 알자 나는 그녀에게 누나라고 부르기로 했다.

“172.”

“키가 굉장히 크네요.”

“여자치곤 그렇지.”

그때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언니 순정이 참견했다.

“여기서 그만 하고 우리 온천하면서 얘기하자.”

“호호. 참. 언니 온천하길 학수고대했었지. 가자.”

민정과 함께 걸어가는데 사방에서 여자들의 시선이 내게로 쏠리는 것을 느꼈다.

“철수씨. 나한테 팔 좀 빌려줄래? 바닥이 미끄러워서 좀 기대고 싶은데. 괜찮지?”

민정의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가 팔을 내 겨드랑이 사이로 넣고 몸을 기대왔다.

민정의 맨살이 느껴졌지만 그녀의 몸이 너무 마른 탓인지 여자로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는 않았다.

나는 민정의 몸을 부축하고 온천탕 몇 군데를 돌았다. 하지만 나는 온천에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탕속에 오래 있는 것도 조금 지겨웠고 물이 뜨거운 것도 열체질인 나에게 맞지 않는 것 같았다.

그렇게 얼마를 도는데 갑자기 민정이 내게 말했다.

“철수씨. 나 좀 어지러운데 호텔까지 부축 좀 해주면 안 될까?”

민정의 얼굴을 보니 혈색은 지금까지 봐온 중 가장 좋아보였다.

속으로 조금 지겨웠는데 민정이 이런 부탁을 하자 나는 속으로 잘 됐다, 싶어 그녀에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언니분은...”

민정이 언니에게 말한다.

“언니는 주어진 시간까지 모두 하고 와. 언니 온천 좋아하잖아.”

“너. 괜찮아?”

순정이 걱정스럽게 묻자 민정이 웃으며 대답했다.

“괜찮아. 컨디션은 최상인데 힘이 빠져서 그래. 그러니까 언닌 나 신경 쓰지 말고 하고 싶은 만큼 하다와. 알았지?”

“그래. 철수씨. 동생 잘 부탁해요.”

순정이 내게 말하자 나는 걱정말라는 듯 그녀에게 고개를 끄덕여주고 민정을 부축해 온천탕을 나왔다.

탈의실에서 유카타로 갈아입고 대기실로 나오자 얼마 되지 않아서 민정이 모습을 보였다.

“괜찮으세요?”

내가 묻자 민정이 이제까지 봤던 모습 중 가장 환한 웃음을 내게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컨디션은 좋아. 그런데 몸에 힘이 빠져서 걷질 못하겠네.”

가냘픈 민정의 몸을 보고 내가 물었다.

“업어 드릴까요?”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민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그렇게 해 줄래?”

나는 민정을 업고 호텔로 돌아왔다. 업혀 오는 동안 내내 민정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움직이지도 않았다.

호텔에 온 나는 민정에게 객실번호를 듣고 그녀의 방까지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간 나는 놀라 주위를 둘러보았다. 방이 굉장히 넓고 화려했던 것이다.

가이드에게 민정이 특실을 사용한다는 말은 들었지만 역시 이렇게 직접 눈으로 보니 호텔특실이란 게 어떤 건지 실감이 났다.

거실을 지나 안으로 더 들어가니 커다란 침대 두 개가 보였다.

내가 한 침대에 민정을 내려놓자 그녀가 나에게 말했다.

“철수씨. 저기 커튼 좀 열어 주지. 햇살이 따스한 것 같은데 밖의 경치를 보고 싶네.”

“예.”

내가 커튼을 열자 햇살이 창을 통해 안쪽 깊숙이 들어왔다. 겨울이지만 아직 태양은 서쪽으로 완전히 넘어가지 않았고 날씨 또한 따스해서 온천으로 풀린 몸처럼 마음도 안온해져왔다.

민정의 곁으로 다가간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그럼 난 이만 가 볼 테니 편히 쉬세요.”

내가 갈 뜻을 밝히자 민정이 당황한 표정으로 내 팔을 잡았다.

“벌써 가려고?”

“아. 내가 있으면 누나 쉬는데 방해가 될 것 같아서요.”

“아이. 그렇지 않아. 철수씨 가서 급하게 볼일이라도 있는 거야?”

나는 그렇지 않다고 말하면서도 속으로 민정이 어쩐지 남친에게 애교를 떨 듯 말한다고 느꼈다.

“그럼 여기 잠깐만 앉아봐. 내가 할 말이 있으니까.”

그녀가 손으로 자기 옆을 가리키며 말하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 옆 침대에 앉았다.

“저기. 철수씨.”

“예.”

“나 철수씨한테 부탁 하나 할 게 있는데.”

“말씀하세요.”

“어려운 부탁인데 들어줄 수 있을까?”

“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들어드려야죠.”

“물론 철수씨가 할 수 있는 일이지.”

“그럼 됐습니다. 말씀만 하세요.”

내가 뭐든 들어줄 것처럼 말을 하는 데도 민정은 계속 주저하다 내가 다시 한 번 채근하자 마침내 입을 열었다.

“나. 철수씨랑......”

“......?”

“한 번 하고 싶은데......”

“예?”

말뜻을 알아듣지 못하고 내가 다시 묻자 내친 김이라고 생각했는지 민정이 이번엔 분명한 어조로 내게 말했다.

“나 철수씨랑 섹스하고 싶다고.”

“......!”

내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민정을 바라보자 그녀도 내 눈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보며 입을 열었다.

“나 1년 동안 남자랑 한 번도 섹스를 해보지 않았는데 갑자기 철수씨와 섹스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

“누나.”

민정에게 이런 부탁을 들을 줄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나는 선듯 대답하지 못했다.

“내 부탁 들어주면 철수씨한테 사례할게.”

돈을 주겠다는 말에 내가 눈살을 찌푸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누나. 내가 몸 파는 사람인 줄 알아요? 이만 갈게요.”

내가 나갈 시늉을 하자 민정이 얼른 내 팔을 붙잡는다.

“미안. 미안해 철수씨. 가지 말고 내 말 좀 들어봐. 응?”

금방이라도 울 듯한 민정의 파리한 얼굴에서 연민을 느낀 나는 차마 나갈 수 없어 다시 침대에 앉고 말았다.

내가 자리에 앉자 안도의 한숨을 쉬던 그녀가 서서히 말을 꺼냈다.

“1년 전 일이야. 유방에 멍울이 만져져서 병원에 갔는데 의사가 유방암이라고 하더라. 그것도 초기가 아니라 한참이나 진행이 된 암이라고 빨리 수술해야 한다고. 그래서 생각할 여유도 없이 의사 말을 따라 수술을 했어. 수술하고 보니까 양쪽 유방 모두가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렸더라구. 그래도 수술 전엔 꽤 예쁘다고 칭찬받던 가슴이었는데 말이지.”

민정의 말을 듣는데 갑자기 가슴이 아려왔다.

여자가 가슴을 잃다니.

그때 이 여자 심정이 어땠을까?

“그때 사귀고 있던 남자가 있었는데 자연스럽게 떨어져 나갔고 그 후 1년이 지나자 다시 또 암진단을 받게 됐어. 1년 동안 그토록 조심하고 식이요법도 해 가면서 몸을 보살폈는데도 암이 재발한 거지. 폐와 간으로 암세포가 전이돼 이번엔 수술을 받아도 생존확률이 10%도 안 된데. 의사는 세상을 정리할 시간을 갖으라는 투로 얘기를 하는데 참 인생 허망하더라.”

“누나.”

나도 모르게 민정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나도 이 여자처럼 몇 개월 만에 끝나는 인생이 아니던가.

“내 나이 이제 서른여덟. 아직 젊은 나이에 가슴 두 쪽이 없는 여자. 그리고 앞으로 세상 살 날이 몇 개월밖에 남지 않은 여자. 그게 바로 곽민정. 나란 말이지. 사회적으로 성공하면 뭐하니? 돈이 많으면 뭐하냐구. 그 돈 써보지도 못하고 인생 끝나는데.”

내가 민정의 어깰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러자 그녀가 내 품에 더욱 깊이 안기며 말했다.

“그 동안 일에 쫓겨 여행다운 여행 한 번 제대로 못해본 내 인생이 불쌍해서 이번에 언니랑 일본에 오게 됐어. 오면서도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지. 그런데 어제 말이야. 철수씨가 구마모토성에서 나를 업어주었잖아?”

“예.”

“그때 철수씨가 날 업으면서 두 손으로 내 허벅지를 잡아 올리는데 갑자기 철수씨 손이 닿은 허벅지가 불에 덴 듯 뜨거워지는 거야. 그리고 철수씨 목에 얼굴을 묻는데 철수씨 몸에서 나는 땀냄새. 그 땀냄새를 맡는 순간 속에서 걷잡을 수 없는 것이 치밀어 미치는 줄 알았어.”

‘그런 일이 있었나?’

나는 전혀 느끼지 못하고 그냥 피곤한 사람 하나를 업었을 뿐인데 상대는 그토록 성욕을 느꼈다니......

“그 뒤로 철수씨만 보면...... 나 이런 이상한 말을 해도 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들어줘. 곧 죽을 여자 소원 들어준다고 생각하고.”

“예. 편하고 솔직하게 말하세요 누나.”

“철수씨만 보면 아래가 젖어. 어제부터 오늘까지 계속 그러는 거야. 나도 모르게 몸에서 이런 반응이 오는데 정말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

“누나.”

“오늘도 아까 온천장에서 여자들이 철수씨를 쳐다보는데 정말 웃기지도 않는 게... 철수씨 나와 아무런 사이도 아니잖아? 그런데 마치 다른 여자들이 내 애인을 훔쳐보는 것처럼 기분이 나빠지는 거야. 그래서 미끄러질지도 모른다는 핑계를 대고 철수씨 팔을 잡았어. 그리고 힘이 없어 나를 업어달란 말도 거짓이야. 사실 오늘 내 컨디션이 최상이고 아주 좋아. 하지만 철수씨에게 업혀서 오고 싶어서. 철수씨랑 단 둘이서 있고 싶어 그랬던 거야.”

“그랬군요.”

“조금 전에도 철수씨에게 업혀서 오는데 철수씨 냄새를 맡으니까 또 아래가 젖어서...... 철수씨 한 번 만져볼래? 내 말이 참말인지 거짓말인지.”

민정이 자기 보지를 만져보라고 말하자 나는 호기심에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그리고 어깨를 안지 않고 있던 다른 손으로 민정의 유카타를 젖히고 팬티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민정이 만지기 좋게 다리를 움직여 개방해주자 내 손은 금방 보지를 만질 수 있게 되었다.

‘......!’

민정의 말처럼 그녀의 보지는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정말 신기하네요.”

내가 손바닥을 펴서 조금씩 보지를 문지르며 감탄했다. 어찌 애무도 하지 않았는데 여자의 보지가 이토록 젖을 수가 있을까?

손바닥으로 보지를 가볍게 애무하자 민정이 콧소리를 내며 말했다.

“흐응. 정말 신기한 일이야. 나 지금까지 일에 미쳐서 결혼도 하지 않았어. 물론 석녀는 아니라서 그 동안 몇 명의 남자친구도 있었지. 그러나 1년 전 유방을 잘라낸 뒤로 정신적으로도 그렇지만 육체적으로도 성욕이 안 생겨 지금껏 섹스를 잊고 살았어. 그리고 앞으로 죽을 때까지 섹스는 남의 일이라 생각하며 단념했었는데 내게 이런 일이 생긴 거야. 그래서 어제부터 오늘까지 하루 종일 고민하다 철수씨한테 이런 무리한 부탁을 하게 된 거야..... 철수씨 나 이해할 수 있어?”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해합니다.”

“그럼?”


“예. 우리 같이 섹스해요.”

내가 쉽게 승낙하자 민정이 기쁜 낯으로 말했다.

“고마워. 철수씨. 그런데 한 가지만 더 부탁할게.”

“예.”

“나 지금 몸이 약해서 철수씨가 무리하게 주도하면 굉장히 힘들지도 몰라.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해 주면 좋겠어. 내가 하다 쉬고 싶으면 쉬고 또 힘을 얻어 하고 싶으면 하고 그런 식으로. 그렇게 하면 철수씨는 별로 재미없겠지? 그래서 내가 아까 사례한다고 한 거야.”

민정의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둘이서 섹스를 하는 도중 민정의 극도로 허약해진 몸에 내가 내 만족만 채우려고 그녀를 괴롭히다 무슨 일이라도 벌어진다면 그야말로 큰일이다.

“그럼 나는 가만 있고 누나가 하라는 대로 하면 되겠네?”

친밀감을 나타내기 위해 나도 민정처럼 이제 말을 가볍게 놓기로 마음먹었다.

“응. 그렇게 해 줄래?”

“하지 뭐. 가만있으면 내가 하는 것보다 오히려 쉽잖아?”

“고마워 철수씨.”

“괜찮아요. 나도 이러는 게 좋아.”

나는 민정이 최대한 부담을 덜 갖도록 부드럽게 웃어주며 물었다.

“먼저 옷부터 벗을까?”

민정이 고개를 끄덕이자 나는 민정의 보지를 만지던 손을 빼고 유카타를 벗었다.

마지막 팬티까지 벗고 알몸이 되자 나는 민정이 앉아 있는 침대 앞에 가 섰다.

그러자 앉아 있는 민정의 눈과 서 있는 내 자지의 높이가 얼추 비슷해졌다.

민정은 눈 하나 깜박이지 않고 내 자지를 보았다.

그리고 진심으로 감탄하는 목소리가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정말 예쁘게 생긴 페니스다. 내 아까 수영복 입을 때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우람하고 잘생겼을 줄이야.”

나는 민정이 홀린 듯 보고 있는 자지를 내려다보았다.

‘......!’

여자 앞에 노출이 된 후로 발기가 되지 않은 적이 없었는데, 지금은 자지가 아직 서지 않고 조용하게 웅크리고 있었다.

“철수씨. 이거 굉장히 커. 그리고 색도 연한 게 별로 많이 사용해 본 것 같지 않은데. 그렇지?”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까지도 나 동정이었어. 그러다 며칠 전 사귀던 여자애와 처음으로 관계를 가졌는데 뭐 거의 여자관계가 없었다고 해도 맞는 말이지.”

물론 거짓말이지만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다. 비록 며칠 사이 한꺼번에 많은 여자를 경험하긴 했지만 내가 여자 맛을 보게 된 것은 아주 최근의 일이니까 말이다.

민정이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한다.

“그래. 성관계 많이 한 남자들은 여기가 점점 까매진다던데 철수씨 거는 색도 연하고 정말 보기 좋다. 그리고 머리가 큰 게 기능도 엄청 좋을 거 같아.”

“기능이야 누나가 해보면 알겠지.”

내가 웃으며 말하자 민정도 따라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만져 봐도 되지?”

“응.”

민정이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자지를 잡았다.

소중한 보물을 만지 듯 자지를 쓰다듬다 다른 손으로 불알 두 쪽을 역시 부드럽게 움켜쥔다.

그렇게 불알과 자지를 손으로 주무르자 내 자지가 점점 힘을 얻어 커지기 시작했다.

마치 기지개를 켜듯 자지가 그 몸집을 불려가자 민정의 두 눈도 자지처럼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어머! 어머. 어머. 이거 커지는 것 좀 봐. 엄청나네.”

자지를 처음 보는 여자처럼 감탄사를 연발하던 민정이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숙여 귀두를 입속에 넣었다.

이젠 어느 정도 익숙한 곳으로 귀두가 들어갔지만 나는 민정에게 기분 좋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크게 신음소릴 냈다.

“아아! 누나가 그렇게 해 주니까 기분 좋다.”

내 말에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귀두를 열심히 빨았다.

한참을 빨다가 입이 아픈지 민정이 자지를 뱉어내자 나는 손을 뻗어 민정의 얼굴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누나. 내 자지 빠는 게 좋아?”

내가 일부러 자지라는 말을 썼지만 민정은 거부감을 나타내지 않고 오히려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자지를 손으로 다시 쓰다듬었다.

“응. 나 평소엔 남자 자지 빠는 거 별로라고 생각해 왔는데 철수씨 자지는 신선하고 깨끗하게 보여서 빠는 게 무척 기분이 좋아.”

“다른 여자들도 남자 자지 빠는 거 좋아하나?”

내가 평소에 항상 궁금하게 생각했던 점을 물어보았다.

“응.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좋아하는 여자들이 더 많을걸? 내 경우엔 주위에 모델 하는 후배들이 많아서 그 아이들 얘길 들어보면 보편적으로 오럴 하는 걸 좋아하고, 개중엔 남자 자지 빠는 걸 광적으로 좋아하는 아이도 있어.”

“그래?”

내가 호기심을 나타내자 민정이 웃으며 계속 말을 이었다.

“작업하다 스트레스 받을 때면 남자 자지 좀 실컷 빨았으면 좋겠다, 그러면 스트레스가 확 날아가겠다, 뭐 이런 말을 노골적으로 뱉는 애도 있고 그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보통 남자의 성기는 우리 여자들에게 호기심의 대상이지. 생각해보면 참 신기한 물건이잖아? 첨에 죽은 듯 있다가 여자가 만져주면 이렇게 두 배 이상 커지고 단단해지고 또 뜨거운 것 좀 봐. 철수씨 것도 엄청 뜨거워서 안에 넣으면 데일 것 같아.”

나는 말없이 그녀의 얼굴과 머리카락을 선 채로 쓰다듬고 있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정액도 나오고 오줌도 나오지. 더구나 이걸 잘 쓰면 여잔 천국을 경험할 수 있잖아? 여자들이 이걸 좋아할 이유가 이렇게 많은데 여잔 이런 물건이 없거든.”

나는 민정의 설명을 들으면서 여자의 가슴을 생각했다.

여자의 가슴.

특히 백설처럼 하얀 가슴에 분홍빛 젖꼭지를 볼 때면 남자는 그냥 가슴이 설레고 그것에 도취하게 된다.

손으로 만져 애무하고 싶고 꼭지를 입으로 빨고 싶은 욕망이 절로 생긴다.

이와 같이 여자도 남자의 성기를 보면 남자가 여자의 가슴을 보고 흥분하는 것처럼 그런 마음이 드는 것인가 보다.

아니, 여자의 가슴보다 훨씬 더 기능이 많은 남자의 자지가 여자에게 더욱 관심의 대상이 될 것 같다.

다만 여자가 남자보다 성적으로 적극적이지 않아서 나 같이 여자 경험이 별로 없는 남자는 그걸 몰랐을 뿐이고 말이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민정이 내게 말했다.

“철수씨. 이제 침대에 누워봐.”

내가 그녀 말에 순순히 따라 침대에 눕자 민정이 유카타와 내의 팬티 등을 모두 벗고 얇은 속옷상의만 남긴 채 알몸이 되었다.

나는 베개를 두 개로 겹치고 머리를 약간 높게 해서 누운 뒤 민정의 몸을 보았다.

키는 큰 데 몸에 살이 없어 너무 애처롭게 보였다.

민정이 옷을 다 벗고 침대위로 기어올라 내 몸 위로 올라탔다.

나는 그녀를 안고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민정이 내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더니 입술을 내밀어 내 입술에 가볍게 키스를 한다.

쪽-

혀로 내 입술을 위아래 부드럽게 핥다가 내가 입을 벌리자 혀를 내 입속으로 깊숙이 집어넣고 애무를 시작했다.

나는 조금 전 민정이 한 말을 떠올리며 가만있었다.

이것은 또 새로운 경험이었다.

이제껏 여자와 섹스를 하며 항상 내가 모든 것을 주도해왔었는데 이렇게 수동적으로 몸을 움직이지 않고 여자의 행동에 모든 것을 맡기니 조금 이상했다.

하지만 기분이 나쁘진 않다.

오늘 이 시간 나는 민정을 위해 무슨 일이든지 다 해주려고 마음먹었기에 그녀가 변태적인 행동을 해도 다 들어줄 생각이었다.

물론 몸이 약해 이상한 행동을 하진 않겠지만 내 마음이 그랬다.

몇 개월밖에 살지 못하는 그녀를 위해 모든 것을 다 해주는 것이 바로 몇 개월밖에 살지 못하는 나를 위한 것이란 생각이 든 것이다.

민정의 혀가 내 입속을 마음껏 탐험하고 물러나자 이번엔 내가 민정의 입속에 혀를 넣고 조금 전 민정이 했던 것처럼 해주었다.

“하아!”

잠시 후 키스를 마치고 입을 떼자 민정이 내게 말했다.

“기분 좋아.”

“그래?”

내가 민정의 등을 쓰다듬던 손으로 엉덩이를 만지자 그녀가 보지를 내 자지 쪽에 딱 붙이고 살살 문질렀다.

“흐응!”

기분이 좋은 듯 민정이 신음소릴 낸다.

“철수씨.”

“응?”

“나 오늘 이상한 소리 내고 그래도 흉보지 마? 어쩌면 내 생애 마지막 섹스가 될 지도 모르는데 흥분되면 마음껏 소리 지르고 느낌을 말로 표현하고 그러고 싶어. 그러니까 나 이상한 행동해도 흉보지 말라고.”

“나야 누나가 그러면 더 좋지. 나도 기분 좋으면 다 표현할게.”

“그래. 아. 지금도 좋아. 내 거 그렇게 철수씨 자지에 비비니까 기분 좋아.”

“누나. 누나도 보지라고 해. 내 것만 자지라고 부르고. 차별하는 거야?”

“아니. 내 보지. 아. 내 보지가 철수씨 깨끗한 자지에 닿아서 비벼지니까 너무 좋아. 흐응.”

엉덩이를 만지던 내 손이 위로 올라가 민정의 속옷 속으로 들어갔다.

등쪽 맨살을 만지다 내게 그녀에게 물었다.

“누나. 여기 속옷도 마저 벗지 그래?”

“이건 벗기 싫은데.”

“왜?”

“가슴이 너무 흉해.”

“수술해서?”

“응.”

“나는 보고 싶은데.”

잠시 망설이던 민정이 내 얼굴을 내려다보다 진지한 표정의 나를 보고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흉보지 않을 거지?”

“내가? 흉볼 거면 벗으라고 안하지. 그냥 누나 맨살을 만지고 싶어서 그래.”

“가슴 수술한 뒤로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는데......”

그러다니 민정이 이내 얇은 속옷을 벗어버렸다.

‘......!’

나는 민정의 가슴, 아니 가슴이 있던 자리를 보고 속으로 그녀에 대한 연민이 더 강해지는 것을 느꼈다.

밋밋한 가슴부위엔 굵게 세로로 갈라진 흉터가 양쪽 모두에 있었고 그래도 여자라고 가슴 정상엔 남자보다는 훨씬 큰 유두가 달려 있었다.

이미 보여주기로 마음먹은 이상 민정은 더 이상 수치를 감추려 하지 않고 똑바로 어깨를 펴며 내게 물었다.

“어때? 흉하지?”

“솔직하게 말해요?”

“응.”

“흉하다는 생각은 안 들고 그냥 누나가 안 됐다는 생각, 더 보호해 줘야겠다는 생각만 드네.”

민정이 내 눈을 들여다보자 나도 그녀에게 시선을 맞추고 그녀의 눈동자를 가만히 보고 있었다.

한 동안 그렇게 서로의 시선을 잡고 있다 민정이 서서히 내 얼굴 쪽으로 다가오더니 내 입술을 빨았다.

민정이 내 입술을 강하게 흡입하자 나는 그녀의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그녀가 하는 대로 가만있었다.

쭉쭉-

한 동안 내 입술을 빨던 민정의 입이 밑으로 내려오며 내 몸을 애무하기 시작했다.

목을 애무하고 가슴으로 내려온 민정의 입이 마침내 내 작은 젖꼭지를 입속에 넣고 빨자 나는 기분 좋은 신음소릴 내며 일부러 더욱 크게 탄성을 발했다.

“아아. 누나가 그렇게 빨아주니까 기분 좋다.”

“흐응.”

꼭지를 입속에 넣은 채 쭉쭉 빨면서 민정이 보지를 내 자지에 비벼댄다.

그러다 보지가 자지에서 떨어지며 민정의 입이 점점 더 아래로 내려갔다.

그녀의 입이 아랫배를 애무하자 내가 그녀에게 말했다.

“누나. 보지에서 물이 많이 나오나 봐. 내 자지가 굉장히 젖은 거 같아.”

“으응. 나 점점 흥분이 심해져.”

그러다 마침내 민정이 다시 자지를 입속에 넣고 빨기 시작했다.

귀두를 빨고 입안 가득 자지를 깊숙이 넣었다 빼더니 이번엔 불알 두 쪽을 번갈아가며 입속에 넣고 빤다.

한참을 그렇게 하다 그녀가 고개를 더욱 깊이 숙이더니 내 항문에 혀를 갖다 댔다.

‘아. 거긴 더러울 텐데.’

속으로 드는 생각이었다.

물론 온천욕을 해서 보기엔 깨끗할 것이다.

하지만 치질도 있는 데다 의사의 말에 의하면 직장 내에 암세포가 가득하다고 했으니까 그런 의미로 더럽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막상 민정의 혀가 강하게 항문 주름을 핥고 빨아주자 마치 환부가 소독되는 듯, 시원한 느낌과 함께 쾌감까지 몰려왔다.

나도 모르게 소리쳤다.

“아. 누나. 항문을 그렇게 빨아주니까 정말 시원해.”

그러자 민정의 혀가 항문을 뚫고 창자까지 들어오려는 듯 집요하게 주름 속을 파헤쳤다.

“으음. 좋아.”

내가 아낌 없이 탄성을 발하자 민정은 항문을 더욱 정성껏 빨아준 뒤 마침내 입을 떼고 헐떡였다.

“아. 철수씨. 좋았어?”

“응. 누나. 그런데 그렇게 하면 누나가 힘들잖아?”

“난 아직 괜찮아. 그리고 철수가 좋다니까 나도 기분이 같이 좋아서 힘든 줄도 모르겠어.”

그러더니 민정이 내 다리를 벌리고 그 사이로 들어왔다.

그리고 곤두선 자지를 손으로 몇 번 훑어내리다 엉덩이를 들어 보지 사이에 내 자지를 끼웠다.

자지에 미끌거리는 감촉과 함께 보짓살이 밀리더니 이내 귀두가 질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왔다.

“하악. 들어왔어. 철수 자지 정말 크다. 머리만 들어왔는데도 보지속이 꽉 차는 거 같아. 아아. 좋아.”

민정이 귀두를 보지로 품고 고개를 흔들며 좋아하는데 그 모습을 보자 나도 조금 흥분하기 시작했다.

“누나. 내 자지가 그렇게 커?”

내가 묻자 민정이 고개를 강하게 끄덕인다.

“응. 나 살면서 철수 거처럼 큰 자지는 처음이야. 아우. 이러다 뱃속까지 밀고 들어오겠어.”

민정이 조금씩 더 자지를 깊게 삼키며 신음하는데 나도 점점 자지의 많은 부분을 근육들이 꽉꽉 조여오자 길게 탄성을 발했다.

“아아. 누나. 누나 보지도 아주 작다. 꼭 처녀같아. 내 자지를 꽉 무는데 너무 좋아.”

“아아. 철수야. 이렇게 큰 게 들어오니까 누나 보지 좋아서 미치겠어. 이런 느낌 정말 처음이야. 아무리 오랜 만에 한다고 이럴 리가 없는데.”

민정의 말처럼 그녀의 보지에서 흐르는 애액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자지에 느껴졌다.

“흐윽!”

민정이 보지로 내 강철 같은 자지를 삼켰다가, 뺐다가, 몇 번 반복하더니 이내 힘이 빠진 듯 내 가슴에 두 손을 얹고 자신의 체중을 버텼다.

“철수야. 누나 어떡해. 이러다 얼마 안 가서 나 가버릴 거 같아.”

“내 것이 커서 그래?”

“응. 그런 거 같아. 얼마 움직이지 않아도 너무 속에서 느끼니까, 아우. 또 온다. 으윽.”

민정이 강하게 신음할 때마다 자지가 보지 안에서 애액에 푹 젖는 느낌이 들었다.

“아우. 기분은 너무 좋은데 힘 들어. 나 눕고 싶다.”

민정이 힘들어하자 내가 물었다.

“그만 하고 싶어?”

그러자 민정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강한 어조로 말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지금 자지 빼면 나 죽어 버릴 거야.”

“그럼 어떡해. 자세를 바꿀까?”

“응. 이대로 자세만 바꿀 수 없을까?”

민정의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침대에 누운 그 상태에서 몸을 180도 돌렸다.

그리고 상체를 세워 민정과 마주보며 앉은 자세를 취한 뒤 그녀의 엉덩이를 조금 들어 올리며 무릎을 세우고 다리를 뒤로 뺐다.

그러자 민정도 나와 동작을 같이 해 자신의 다리를 뒤로 빼면서 상체를 뒤로 넘겨 침대에 누웠다.

그 과정에서 자지가 보지에서 이탈했지만 절반 정도 빠졌을 뿐 아무 탈 없이 민정은 내 자지를 보지에 끼운 채 침대에 누울 수 있게 되었다.

정상위 자세에서 내가 민정에게 웃으며 말했다.

“이제 내가 움직여야 되겠는데?”

“응.”

“누나가 지시해 줄래? 아니면 내 마음대로 움직일까.”

“음. 지금은 괜찮을 거 같아. 이렇게 누워 있으니까 편하고 좋아. 철수 자지가 커서 끝까지 들어오면 아플 거 같으니까 천천히 움직이다 내가 멈추라면 멈춰. 알았지?”

“응. 누나 말대로 해야지. 걱정 마.”

나는 자지를 절반쯤 민정의 보지에 넣고 아주 천천히 왕복운동을 시작했다.

퍽-퍽-퍽-퍽- 질꺽- 질꺽- 질꺽- 질꺽

민정의 기색을 살피며 자지를 움직이는 데다 속도도 빠르지 않아 이런 식이라면 밤을 세워서라도 자지를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민정은 그렇지 않은 듯 자지가 움직일 때마다 기분 좋은 신음소릴 끊이지 않고 뱉어냈다.

“아우. 왜 이렇게 좋은 거야. 미치겠네. 철수 자지. 아아.”

“누나. 그렇게 좋아?”

내가 웃으며 말하자 민정이 나를 향해 두 손을 뻗었다.

“철수야. 누나한테 와. 키스하고 싶어.”

내가 상체를 숙이고 얼굴을 가져가자 민정이 내 얼굴을 두 손으로 붙잡고 입술을 강하게 빨았다.

쪽쪽쪽쪽-

탐욕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입술을 빨아들이다 다시 내뱉고 혀로 아래위 입술을 번갈아가며 핥아댔다.

한참 동안 입술을 빨고 핥다 민정이 내 입술을 놓아주자 이번엔 내가 민정의 입술을 가볍게 빨아 준 뒤 고개를 숙여 그녀의 목을 입술로 애무했다. 그리고 내 입술이 점점 밑으로 내려가 가슴에 이르자 민정이 흐응, 하며 두 팔로 내 목을 감싸 안았다.

“거긴 하지 마. 흉해.”

“흉하지 않아.”

내가 그녀의 말을 부정하며 입술을 길게 갈라진 수술자국에 댔다. 그리고 혀가 나와 흉터를 부드럽게 핥자 민정이 나직하게 탄성을 발했다.

“하아. 철수. 아아.”

나는 그야말로 정성을 다 해 양쪽 가슴에 나 있는 민정의 흉터를 혀로 핥아주었다.

“아아. 철수야. 누날 그렇게 해 주는 거야? 아아.”

흉터를 핥으며 그렇게 민정과 정신적인 교감을 나누다 나는 마지막으로 남겨둔 젖꼭지를 입에 넣었다.

그러자 민정이 길게 신음소릴 내며 내 머릴 뒤에서 꽉 끌어당겼다.

“흐응. 너무 좋아. 철수야. 혀로 밀어봐.”

내가 혀로 꼭지를 굴리자 민정이 말했다.

“아니. 그렇게 말고 아래에서 위로. 굴리 듯이 부드럽게 위로. 그렇지. 그렇게.”

내가 그녀의 말대로 하자 민정의 몸이 부르르 떨리더니 보지에서 또 한 번 젖은 느낌과 함께 강한 수축작용이 일어나 자지를 조여 왔다.

“아우. 으으응. 철수야. 그 상태에서 자지. 자지 좀 움직여 봐. 꼭지 빨면서. 으응.”

내가 민정의 요구대로 꼭지를 혀로 굴리며 자지를 움직이자 민정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아아. 미치겠어. 나 오늘 여러 번 느꼈는데 이제 진짜가 오려나 봐. 어쩌지. 아아. 죽을 거 같아.”

나는 민정의 죽을 거 같다는 말에 긴장을 했다. 그냥 좋아서 하는 말인지 힘들어서 하는 말인지 분간이 가질 않았다.

내가 자지를 멈추자 민정이 등을 거세게 끌어당기며 내게 소리쳤다.

“안 돼. 움직여 봐. 자지 좀 내게 줘. 아아.”

퍽퍽퍽퍽-

내가 다시 자지를 움직이자 민정이 몸을 들썩 거리며 외쳤다.

“철수야. 누나 죽을 거 같아. 아니, 죽여 줘. 빨리 더 세게 움직여 봐. 어서.”

민정이 횡설수설하며 내게 재촉하자 나는 잠시 망설였지만 더 이상 머뭇거릴 틈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마도 민정이 곧 오르가즘에 도달할 것 같은데 그녀의 건강을 염려해 주춤거리다간 죽도 밥도 안 될 것 같았다.

나는 민정의 가슴에서 얼굴을 뗀 뒤 두 손으로 그녀의 어깰 붙들고 자지를 거세게 왕복하기 시작했다.

퍽퍽퍽퍽퍽퍽-

그렇지 않아도 많이 젖어 있는 질속을 내 큰 자지가 쉴 새 없이 들락거리자 안에서 질꺽, 질꺽, 물기 묻은 소성이 끊임없이 흘러나와 내 귀를 자극했다.

“아아아아.”

민정이 몸을 부들부들 떨며 등을 끌어당기는데 나는 자지를 맹렬하게 움직이면서도 그녀가 이러다 죽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됐다. 하지만 멈출 수는 없는 상태다. 이대로 계속 움직여야 한다.

퍽퍽퍽퍽- 퍼벅- 퍼벅-

자지를 끊임없이 움직이다 보니 평소 같았으면 이쯤해서 사정할 기미가 보였겠지만 정신을 바짝 세우고 긴장을 하다 보니 아직 참을 만 했다.

더구나 내가 사정할 생각을 버리니 민정이 절정에 이르는 과정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어 색다른 쾌감으로 다가왔다.

퍽퍽퍽퍽-

“아아. 철수. 자기야. 나. 이제 한계. 아아.”민정이 곧 죽을 환자의 힘이라곤 생각하기 힘들 정도의 강한 힘으로 내 등을 끌어당기자 나도 그녀의 얼굴과 어깨를 두 손으로 감싸 안고 마지막 피치를 가하기 시작했다.

퍽퍽퍽퍽퍽퍽퍽-

“우으윽. 엄마. 으응. 엄마야.”

민정이 울 것처럼 부르짖다 갑자기 그대로 경직되었다. 그러더니 숨 가쁘게 외쳤다.

“그만!”

그러자 내가 민정의 보지 깊숙이 자지를 한 번 힘차게 쑤셔 박은 뒤 마치 사정을 하는 것처럼 귀두에 힘을 주고 불끈거리게 했다.

“으으.”

민정의 입에서 잔뜩 억눌린 신음소리가 흘러나오며 그녀의 보지가 내 자지를 끊어먹을 듯 강하게 한 번 수축했다.

‘......!’

마치 세상이 멈춘 듯한 고요 속에 나는 그녀가 완벽한 절정에 올랐다는 것을 느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혹시 이대로 죽은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만큼 민정은 그 상태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내 등을 억세게 껴안고 있는 그녀의 손에 실린 힘을 생각하면 절대로 죽은 것은 아니란 사실을 알 수 있다.



마침내 민정이 내 등을 붙잡고 있던 손에 힘을 서서히 풀었다.

털썩-

침대에 그녀의 손이 떨어지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나도 고개를 들고 그녀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두 눈이 마주치자 내가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괜찮아요?”

내가 묻자 민정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내가 고개를 숙여 가볍게 키스해주자 민정에 내게 물었다.

“자기는 안 했지?”

“응. 누나가 걱정 돼서 긴장하고 있었더니.”

“그랬어? 이 누나가 걱정 돼서?”

내 뺨을 어루만지는 민정의 손길이 말할 수 없이 부드럽게 느껴졌다.

“당연하지. 아까 누나 하는 거 보니까 곧 죽을 거 같더라구.”

내가 농담 식으로 웃으며 말하자 민정도 따라 웃었다.

“자기 말이 맞아. 나 아까 진짜 죽다 살았어.”

“좋았어?”

“처음이야. 아까 그런 거. 나 자기 안 만났으면 이런 게 있다는 거 알지도 못하고 죽을 뻔 했는데.”

나는 보는 민정의 눈길이 그렇게 따사로울 수 없어 보는 나도 기분이 무척 편하고 좋아졌다.

어떤 여자와 섹스를 할 때는 짜릿하고 좋았는데 하고 나서의 마음이 편하지 않은가 하면 오늘처럼 민정과 섹스를 할 때는 사정을 하지도 않고 그녀의 기분만을 생각하고 배려하며 섹스를 했는데 그 후는 이렇게 편하고 좋다.

이것도 아이러니가 아닐까?

“자기야. 그것 좀 빼라. 너무 커서 이제는 부담스럽네.”

민정이 내 자지를 가리켜 말하자 나는 짓궂게 웃었다.

“아까는 커서 좋다고 난리치더니 이젠 빼라고? 그렇게 하기 싫은데.”

내가 이제 조금은 수그러든 자지를 한 번 움직이자 민정이 몸을 떨며 흐응, 하고 신음한다.

“자기 또 하면 나 이제 진짜 죽을 거야. 제발 한 번만 봐줘. 나 좀 더 살고 싶단 말이야.”

민정이 사랑하는 남친에게 하 듯 애교를 부리며 말하자 나는 동생에게 하듯 그녀의 볼을 조금 꼬집었다.

“에유. 이 귀염둥이. 우리 민정이 귀여워서 함 봐줬다.”

내가 막내동생에게 하듯 말하자 민정은 오히려 그것이 더 기분 좋은 듯 더욱 어리게 굴었다.

“자기. 살살 빼 줘. 나 아프단 말야.”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지를 서서히 뒤로 물렸다.

그러다 자지가 완전히 다 빠지자 민정이 아, 하고 신음하며 몸을 움츠렸다.

나는 손을 아래로 뻗어 자지를 만져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자지는 그야말로 민정이 쏟아낸 애액에 흠뻑 젖어 손으로 훑어내면 물기가 뚝뚝 떨어질 것 같았다.

나는 장난스런 기분이 들어 몸을 세우고 자지를 민정의 눈앞에 들이밀었다.

“누나. 내 자지 좀 봐라. 누나 보지안에 잠깐 들어갔다 왔는데 이렇게 흠뻑 젖었어.”

그러자 민정이 서슴없이 손을 뻗어 내 귀두를 잡았다.

“호호. 내 귀여운 똘똘이. 누나 보지 안에서 목욕 실컷 하고 나오니까 좋지?”

그러더니 입을 벌려 귀두를 삼키고 쭉쭉 빨았다.

“누나. 그만 해라. 그러다 나 진짜 이성 잃으면 누나 죽는 수가 있어.”

내 말에 민정이 혀로 오줌 나오는 구멍을 한 번 핥고 자지를 뱉어냈다.

“아이고. 한 번만 살려 주세요. 오빠.”

아까는 자기라더니 이젠 오빠라고 부른다.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누나. 그렇게 물을 많이 뺐는데 보충해야지. 물 좀 마실래?”

“호호. 그러게 말이야. 나도 내 몸안에 그렇게 많은 물이 들어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했다. 더구나 하기 전에 온천욕도 했는데. 물 좀 마시자. 목마르다.”

물을 맛있게 마시고 난 뒤 나는 민정을 안고 욕실로 갔다.

샤워기를 틀어 몸을, 특히 물을 많이 쏟아낸 그녀의 보지를 정성스럽게 씻어준 뒤 타월로 닦고 다시 침대에 그녀를 눕혔다.

“자기야. 나 졸려.”

그녀가 내게 손을 뻗으며 어리광을 부리자 나는 그녀의 몸을 내 품속 깊이 안아주며 부드럽게 말했다.

“한 숨 자요.”

“나 잘 동안 자기 어디 안 갈 거지?”

“안 갈게. 한 숨 푹 자고 나면 기분도 좋아질 거야.”

“그래. 어쩐지 한 숨 자고 나면 병도 싹 나을 것 같아. 이런 기분이 얼마만인지...... 자기야 나 잔다?”

“응.”

민정이 눈을 감더니 곧바로 새근거리며 잠에 빠져들었다.

나는 곤하게 잠이 든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

조금 전 격렬하게 섹스한 흔적인지 아직도 뺨에 발그레한 기운이 남아 있어 병자 같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처음 보았을 때 파리한 안색에 비하면 지금 상태는 굉장히 양호해 보였다.

‘나와 섹스하면서 엔돌핀이 솟았나?’

아무튼 나로 인해 민정이 오르가즘을 맛보고 이렇게 좋은 모습으로 되자 내 마음도 뿌듯하고 좋았다.

물론 민정의 이런 상태가 얼마만큼 갈지 알지 못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그녀에게 베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데 갑자기 내게도 잠이 쏟아져 눈꺼풀이 살며시 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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