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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떴다.
어제는 필요 이상의 과음을 한 탓일까? 술 기운이 나의 온 몸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오늘은 금요일... 회사에 출근하여야 하는 날이다.
젠장... 적당히 마시는 건데...
이 회사에서 근무한지가 벌써 8년이다.
그런데도, 이 놈의 회사는 이상하리 만치 낯설다.
마치, 미팅 때문에 거래처를 방문한 것처럼, 늘 불편하고 어색하다.
상투적인 주간 브리핑, 아무 것도 아닌 일로 개거품을 물고 있는 본부장,
실적 때문에 죄인이 되어버린 팀원들..., 8년째 반복이다.
이 속에서 나의 존재감은 얼마나 될까?
내가 이 회사를 그만둔다고 해서 신경 쓸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이 속에서 나는 그냥 회사 돈으로 놀러 다니는 선택 받은 놈이다.
나의 존재를 알아 주고 가치를 인정해 주는 놈은 하나도 없다.
하기야, 내가 그 만한 깜냥이 안되니...
간략하게 이번 주 업무 내용과 다음 주 업무 내용을 정리해 본부장에게 보내고, 자리를 일어선다.
나의 휴식처인 사우나로, 또 나의 일과가 시작된다.
간단하게 샤워를 하고 눕는다. 천장에 맺힌 물방울들을 보며 잠을 청한다. 제길, 잠이 오질 않는다.
문득 어제의 일이 생각난다. 룸 쇼파에 기대서 쓰러진 듯, 잠을 자던 그 아이, 지연이.
정말 그 아이가 커피 전문점에서 나를 설레게 하던 그 여자일까? 아닐 것이다,
그 여자는 어딜 봐서도 나가요 같이는 보이지 않았다.
단아하고 정숙한 이미지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술집에 나가는 여자로 보이지는 않았다.
아마도 그 여자에 대한 알 수 없는 그리움이 그 아이에게 투영된 것이라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그 후로도 정사장이 운영하는 세븐틴에 수 차례 접대 때문에 갔지만, 그 아이의 소식은 들을 수 없었다.
그냥 출근을 안한다는 정도, 다른 가게로 옮겼다는 정도의 말만 들을 뿐...
그렇게, 그 아이에 대한 기억이 사라지고 있었다.
오늘도 지랄 맞은 술 접대가 끝나고, 정사장이 가져온 꿀물을 마시며 하루를 정리한다.
오늘은 왠지 가게가 썰렁하다, 하긴 매일 같이 장사가 잘된다면야
나도 다 때려 치우고 룸살롱이나 하나 차렸겠지...
가게 문을 나섰지만 하루 종일 내리던 비는 새벽이 되도 그치질 않았다.
왠지 집으로 가기가 싫다.
반겨주는 사람 하나 없는 집에 가서 무얼 할까 하는 생각에 포장마차에 들어 선다.
국물에 소주를 한 잔 들이키고 주변을 둘러본다.
새벽 2시가 넘어선 시간인데도 왠 놈의 인간들이 이리 많은 지...
KBS 별관 근처의 새벽은 늘 이런 분위기다. 어디서 이렇게들 퍼 마셨는지
제대로 된 발음으로 대화를 하는 놈이 없다.
무슨 억울한 일들이 그리 많은지 다들 큰소리로 떠든다.
“어 오빠다..., 오빠!” 왠지 귀에 익은 목소리가 나를 부른다.
고개를 돌려 옆을 보니, 술에 잔뜩 취한 여자들이 테이블에 둘러앉아 술을 마시고 있다.
완전히 술에 취해 간신히 몸을 가누며 나를 보며 베시시 웃는 여자가 있다. 지연이다...
“유리야, 누구야 저 남자 알아?” 옆에 있던 한 여자가 지연이한테 묻는다.
아니, 유리란다. 어색한 웃음으로 그냥 인사한다. 참 모를 일이다.
보고 싶어서 찾을 때는 만날 수가 없더니, 잊혀질 만 하면 눈 앞에 나타난다.
저 여자는 정말 특이한 여자다...
지연이, 아니 유리가 비틀거리면서 내가 앉아있는 테이블로 다가온다.
주변에 있던 여자가 말리려는 듯 따라 온다.
“죄송해요, 얘가 오늘 많이 취해서...”하며 유리를 데리고 가려 하지만
유리는 뿌리치며 내 옆자리에 앉는다.
“오빠, 나 오빠 보고 싶었어...” 지가 나를 몇 번이나 봤다고 참 나…
남이 보면 만리장성이라도 쌓은 사이인 줄 알겠다...
옆에 뻘줌하게 서있던 여자는 포기한 듯, 자기 자리로 돌아 간다.
갑자기 장난기가 발동한다. “누구세요... 저 아시나요? 잘 기억이...”
“머야, 오빠 나 기억 안나? 나 오빠 엄청 좋아했잖아..., 정말 보고 싶었는데…”
술에 취해서 꼬부라진 발음으로 열심히 설명한다.
“ 나 그때 정말 미안했어요, 오빠 옆에 완전히 깔라 되가지고 막 자고 그랬잖아.
실장님한테 많이 혼났어 그때... 헤헤헤 미안..., 오빠 나도 한 잔 주라”
“아 그때... 머 일하다가 힘들면 그럴 수도 있지... 괜찮아...”
이제야 기억난다는 듯이 대답하며, 내 잔에 만 술을 따라서 한잔 들이킨다.
“모야.. 오빠 나 정말 몰라 본거야?” 미간을 찌푸리며,
기분 나쁘다는 듯이 소주 한 잔을 따라 마시며 나를 흘겨본다.
뾰루퉁 하게 모아진 입술이 눈에 들어온다. 참 예쁘다.
“난 오빠가 나 알아보는 줄 알고 되게 쪽 팔렸었는데... 오빠는 나 몰라 봤었네... 어차피...”
“무슨 소리야, 좀 알아듣게 설명해봐...”
“아니, 난 가게에서 오빠 몇 번 봤었거든, 그리고 탐&탐에서도 그렇고...”
“탐&탐? 커피 전문점?” 순간 술이 완전히 깨는 것 같았다.
나의 느낌대로 커피 전문점에서 본 그 여자가 지연이였던 거다.
그리고, 지금 내 앞에 유리가 돼서 앉아 있는 거다.
“난 오빠가 커피 전문점에서 나 알아보고 쳐다보는 줄 알고 약간 민망했는데…
오빠 완전히 생 까길래, 나도 그냥 모른 척했고, 세븐틴에서도 나 알아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오빠 완전 사람 못 알아보는 구나...ㅎㅎㅎ”
참 우습다. 얘는 내가 정말 반가운 걸까? 옆에서 술 마시는 내내 머가 그리 좋은지 계속해서 깔깔댄다.
마치 오랫동안 사귀었던 여자처럼 편하게 느껴진다.
술 냄새 속에 묻어 나오는 이 아이의 체취가 좋아진다.
이젠 이 아이 일행들까지 내 테이블로 다 몰려와 술을 마시고 있다. 그래도 싫지가 않다.
이런 즐거운 술자리는 얼마 만일까? 그냥 이 아이들 떠드는 소리,
술 취해서 반복하는 이야기들이 재미있게 느껴진다. 술이 취하는 지도 모르게 시간이 흘러간다.
“오빠, 저희 가요 유리 좀 잘 챙겨주세요... 너무 괴롭히지 말고 ㅎㅎㅎ”
둘만 남았다. 이 아이는 저번처럼 완전히 떡 실신이다.
참 내... 깨워서 집을 물어볼까 하다가 갑자기 같이 있고 싶은 생각이 든다.
왠지 보내고 나면 다시는 못 볼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후회하기 싫다는 생각에 정사장에게 전화를 해 모텔 하나 잡아 달라고 한다.
정사장이 웃음을 애써 참으며 알겠다고 한다.
“머에요 형님” 포장마차로 정사장이 나왔다. 이 자식 완전히 오버하며 좋아한다.
“와 형님 그 동안 몇 번이나 얘 찾으시더니 따로 농사짓고 계셨네요
ㅎㅎㅎ 존경합니다. 형님 아직 안죽으셨네요 ㅋㅋㅋ”
이 자식도 오랜만에 나의 예전 모습을 보니 반가운가 보다,
하긴 이런 나의 모습이 나도 정말 오랜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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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텔로 향하는 택시에서 유리가 눈을 뜬다. “오빠 머야? 우리 어디가?”
나는 아무 대답 없이 유리의 머리를 내 어깨 위로 당긴다.
“ 오빠 은근 응큼하다.” 유리도 싫지는 않은 듯 가만히 웃으며 내 허리를 감싸 안는다.
이 아이의 향기가 나를 깨운다. 참 오랜만이다. 이런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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